[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들었다.”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마리아노 리베라다. 홈팬 4만8675명의 마지막 배웅에 애써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다. 선수인생의 전부가 담긴 마운드는 그렇게 멀어져갔다.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 리베라는 0대 4로 뒤진 8회 1사 마운드에 올랐다. 예정된 등판이었다. 홈팬들에게 인사를 건넬 마지막 기회였다. 등장에 관중들은 기립했고,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뜨거운 성원에 리베라는 호투로 보답했다. 무실점 투구로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졌다. 9회 매듭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한 개. 순간 양키스 더그아웃은 타임을 요청했다. 리베라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리베라는 양키스의 전설이다. 1995년 입단해 올해까지 19년 동안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고수했다. 발자취는 곧 양키스의 역사나 다름없다. 1997년부터 구원투수를 맡아 리그 최고 마무리로 거듭났다.
특히 2011년 9월 20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선 트레버 호프먼의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601개)을 경신했다. 수치는 올해 652개(1115경기)로까지 늘었다. 철벽 수비 덕에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다섯 개 추가했다. 야구팬들은 당시를 ‘양키스 왕조 시대’라 부른다.
일등공신의 퇴장을 알린 건 조 지라디 감독도, 래리 로스차일드 투수코치도 아니었다. 리베라와 함께 팀의 전성기를 일군 베테랑 앤디 페티트와 주장 데릭 지터였다. 1995년 빅리그에 함께 데뷔했던 페티트의 방문에 리베라는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이어진 포옹에 곧 눈물을 쏟았다.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리베라는 감정을 추스르고 모자를 벗어 흔들며 예의를 갖췄다. 가장 오랜 친구의 안내 속에 들어선 더그아웃에선 선수단 전원과 차례로 깊은 포옹을 나눴다. 가장 먼저 그를 껴안은 지라디 감독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은퇴식이었다. 리베라는 진정한 양키스의 상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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