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사퇴설이 제기됐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국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 복지 공약을 책임질 '실세 장관'이라 불렸지만 연이은 복지 공약 후퇴 논란 속에 장관 취임 6개월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진 장관은 27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국회 보좌관실을 통해 복지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국민의 건강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22일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닷새 만이다.
진 장관은 앞서 지난 25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2주 전 쯤 무기력, 한계를 느껴 사의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약 후퇴 책임에 따른 사퇴 얘기는 많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같은 날 진 장관과의 면담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자체가 절차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총리로서는 (사퇴설은) 없던 일로 하겠다"며 사의를 반려했었다. 진 장관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진 장관이 27일 사임 의사를 공식 발표한 것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둘러싼 논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 사퇴설이 흘러나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진 장관이 사의를 거듭 밝히면서 박 대통령이 이를 수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진 장관은 이날 서울 계동에 위치한 복지부로 출근하지 않았고 야당 단독으로 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진 장관은 현재 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 장관은 새누리당의 3선(서울 용산) 의원으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대선 때에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박근혜정부의 첫 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하며 '실세 장관'으로 불렸다.
진 장관은 지난 2월17일 인사청문회 당시 "청문회를 통과하면 국민께 약속한 총선·대선 공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천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이후 장관직에 올라 6개월여 동안 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던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 지급,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대선 공약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라고 내걸었던 기초연금을 비롯한 일부 복지 정책이 원래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진 장관이 사의를 거듭 밝힌 가운데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감사원장과 문화관광부 2차관이 비어있고, 채동욱 검찰총장도 사의를 밝힌 상태여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