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오뚝이' '승부사' '샐러리맨의 신화….'
24일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일컫는 별칭들이다. 이런 수식어들을 뒤로하고 박 부회장은 팬택의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 의사를 밝혔다.
196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박 부회장은 1987년 무선호출기 제조업체 맥슨전자에 입사한 이후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1991년 팬택을 창업해 삐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이후 벤처 호황을 등에 업고 회사를 키운 박 부회장은 1997년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폰 제조업에 진출했다.
2001년 박 부회장은 부채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이어 2005년 '스카이' 휴대폰을 만들던 SK텔레텍을 인수했다. 명실공히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국내 3대 휴대폰 제조사로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그러나 2006년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 열풍에 국내 휴대폰 시장이 위축되고, 환율급락과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과도한 차입이 원인이었다. 그는 워크아웃 기간 중 보유지분을 모두 내놓으면서까지 팬택 회생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팬택은 2007년 3분기~2012년 2분기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다시 일어섰다. 2011년 말에는 워크아웃 딱지도 뗐다.
하지만 이 상승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휴대폰 시장이 지각변동하면서 팬택의 사정은 다시 악화됐다. 삼성과 애플 등에 밀리며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손실 495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의 78억원보다 적자규모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목숨 걸고 최대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한 박 부회장은 실제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을, 채권단으로부터 1565억원을 유치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연구개발을 이어가 올해 초 베가넘버6, 베가아이언, 베가LTE-A 등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반등을 노렸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결국 박 부회장은 물러날 결심을 했다.
팬택은 지난달에는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나서 임금을 10∼35% 삭감했고 10월부터는 800명씩 6개월간 차례대로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시행할 계획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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