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공산성 붕괴 경고 3년 전부터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해”울분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실사가 몇 달 남지 않았다. 그 때까지 공산성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없다. 날림으로 복원한 뒤 실사단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충남 공주시 공산성이 무너졌다. 3년 전부터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황평우(51)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은 “언론에 수 없이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나에게 의견을 물어오거나 대안을 찾지 않았다”고 울분을 풀어냈다.
공산성 무너진 성벽을 지켜 본 황 소장은 “금강쪽으로 성벽 배부름 현상이 16곳이다. 반대편은 4곳 뿐이다. 땅이 꺼지는 포트홀(항아리 모양 구멍)도 생겼다. 어디가 또 무너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붕괴 원인에 대해선 3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4대강 공사로 인한 지형변화, 복원공사의 부실, 관리부실 등을 따져볼 수 있다”며 “4대강사업으로 금강 수계가 올라가고 삼투압 영향으로 지형 변화와 함께 붕괴 가능성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산성 훼손 경고는 수 없이 했다. 며칠 전에도 4대강 공사로 공산성 붕괴 우려가 있다고 주장 했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과 무관하다는 말만 할 뿐이다. 청장이 찾아오고 도지사가 찾아와 현장을 둘러봤지만 붕괴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에서는 14일 쏟아진 폭우를 원인으로 봤다. 황 소장은 이에 대해 “80여mm가 내렸다는데 이것을 폭우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공산성 몇km 가운데 왜 여기만 무너졌을까. 폭우 때문이라면 다른 곳도 무너져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에 대한 걱정도 풀어냈다. 그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복원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구체적인 원인을 찾은 뒤 복원해야지 지금 당장 눈 가리고 아웅하면 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공산성 전체 하부에 대한 지층구조, 지질구조를 확인하고 수맥도 조사하자는 것이 황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 상태로 가면 세계문화유산 등재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실사가 3개월 남았다”며 “보기 좋게만 복원하면 실사단이 왔을 때 거짓 복원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정확한 원인을 찾은 뒤 복원 계획을 세운다면 시민사회단체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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