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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바라보는 삼성·LG의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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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애플의 제품에 더 이상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삼성과 LG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은 경쟁자인 애플의 추락에 내심 미소를 띠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LG는 애플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다량 납품하는 등 협력관계로 인해 애플의 위신 하락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10일 출시한 저가형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의 혁신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가격도 저가형치고는 비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이라는 평가다.


애플은 그동안 고가 전략을 펴 왔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스마트폰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신제품을 출시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해 왔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애플의 선회가 내심 반가운 일이다. 애플이 주요 경쟁 대상을 중국 업체로 돌린 셈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특허 소송도 벌이고 있다. 애플이 2011년 삼성전자의 갤럭시S 스마트폰이 자사 아이폰의 디자인 및 기술을 베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 사 간 특허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특허 소송을 계기로 기존에 긴밀했던 양 사 간 협력관계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대한 매출 비중이 지난해 8%에서 올 상반기 4%로 반토막 났다.


애플이 삼성과의 거래 물량을 줄이고 대만 업체 등과 거래를 늘리는 상황에서 애플의 혁신이 사라지는 것은 삼성엔 반가운 일이다.


반면 LG에는 애플의 쇠퇴가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애플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다량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출시 이후 이틀간 주가가 7%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애플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거래 관계에 있는 LG에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평가와 무관하게 애플의 신제품 출시가 호재다. 납품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에 대한 시장의 악평은 장기적으로 매출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공급하는 패널 점유율은 올 3·4분기 36%에서 4분기 67%로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아이폰이 잘 팔려야 LG디스플레이의 매출도 늘어나는 것이다.


LG전자 입장에서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다. 하지만 1위인 삼성전자를 함께 견제해야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2위인 애플이 무너지면 1위의 자리가 더욱 견고해지고 3위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애플에 더 이상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애플과 경쟁사이자 협력관계이기도 한 삼성과 LG가 애플을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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