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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맨들, 둘 모이면 ‘금투협’ 셋모이면 ‘박종수’ 성토한다는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초

중소형사·자산운용사들 "존재감 제로" 분통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구심점 노릇을 해야 할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의 '역할'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증권맨 둘이 모이면 금투협 이야기를 하고, 셋이 모이면 박종수 금투협 회장 이야기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회자되고 있다. 주식시장 장기침체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금투협을 향한 기대와 시선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박 회장이 지나치게 정중동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는 질책도 업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우선 회원사들 중에서는 중소형사,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당선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임원은 "시장이 어려울수록 작은 회원사가 더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인데 금투협이 해 준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쏘아부쳤다.


지난해 금투협 회장 선거는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 중소형 회원사의 표심이 승패를 갈랐다. 박 회장 역시 중소형 회원사를 위한 상근부회장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힘입어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도 박 회장은 "중소형사와 자산운용사의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속은 취임 한 달 만에 뒤집혔다. 그는 "굳이 상근부회장직을 또 하나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1년 후 신설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박종수의 공약(空約)에 우리가 속았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취임 1년을 넘어 2년차로 접어든 지금도 상근부회장 신설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중소형 증권사를 위한 통합 콜센터 및 리서치센터 설립 약속 역시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내부에서 설치 여부를 검토한 건 맞지만, 업계의 요구가 크지 않아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의 성과는 자연스레 황건호 전 회장과 비교되고 있다. 8년간 협회장을 맡은 황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제정, 글로벌 진출 등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박 회장은 지난해 "연내 자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업계 요구가 상당부분 배제된 수정안이 채택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영업용순자산비율(NCR) 규제 완화의 경우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타 금융권 협회와 비교해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컨대 장기세제혜택펀드가 국회 기재위에서 1년째 표류하고 있는데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중 한 쪽에 무게 중심을 주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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