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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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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봉평은 소설 속 풍경 그대로-효석문학 100리길 걷고, 원길리 잣나무숲에 들고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효석문학 100리길은 산,들판,게곡을 따라 허 생원이 걸었던 소설 속 그 길을 걷는다. 지금 이 길에 들면 하얀 가을을 만나고 익어가는 황금들판이 함께 한다. 어디 그뿐인가. 흥정천 맑은 물소리에 귀를 열고 고즈넉한 숲에선 시심이 절로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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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1907~1942)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봉평에 하얀 메밀꽃이 피었다. 너른 들녘, 비탈진 산허리, 심지어 집 텃밭까지 메밀꽃으로 장관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봉평땅 전체에 하얀 융단이 깔린 듯하다.


달 뜬 밤, 메밀꽃밭을 거닐다보면 이효석의 소설속 표현이 얼마나 정확하고 또 아름다운지 실감하게 된다. 달빛을 받은 메밀꽃이 밤하늘에서 한 소쿠리쯤 딴 별을 좌악~뿌려 놓은 듯 황홀하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장돌뱅이 허 생원은 흥정천을 따라 길을 걸었다. 봉평에서 장평을 거쳐 대화에 이르는 100리 길이다. 지금은 아스팔트길로 15km에 불과하지만 강과 산을 끼고 도는 길은 구불구불 하다. 이효석이 생전 걸었던 길도 이와 닮아있다.


'효석문학 100리길'. 소설 속 그 길이 생겼다. 강, 들, 숲 등 허 생원과 동이가 오가던 장돌뱅이 길을 따라 걷는다. 이 길은 어릴적 이효석의 학교가는 길이자 삶과 문학을 이어주는 길이다. 그의 고향인 봉평에서 다녔던 평창초등학교(평창읍)까지 5개 구간 총53.5㎞에 이른다.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소설 속 그 길 걷다보면 나도 주인공
봉평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대처였던 평창에서 초등학교를 마쳤다. 필경 평창에서 하숙을 했을 텐데, 일요일이나 방학 때면 허 생원이 다녔던 그 길을 따라 평창과 봉평을 오갔을 게다.


'효석문화재'가 한창인 지난 주말, 제1구간인 '문학의 길'(7.8㎞)을 걸었다. 이효석선생 생가를 출발해 남안교~팔석정~판관대~노루목 고개~여울목까지, 소설의 향기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길이다. 자박자박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1구간의 들머리인 생가주변에는 소설속 풍경을 담은 '문학의 숲'과 '메밀밭'이 조성되어 있다. 허 생원이 나귀 몰아 향했던 봉평장터, 주막집인 충주집, 물레방앗간 등이 있다. 메밀꽃밭은 '문학의 숲' 초입과 산자락 중턱에 있는데 장관이다. 멀리 회령봉 등 1000m가 넘는 고산준령들이 아련하고 그 안쪽의 산촌마을 위로 메밀꽃이 차분하게 내려 앉았다.


길을 걸었다. 왼편으로 흥정천이 함께 길동무에 나선다. 길은 부드럽고 가을바람에 억새가 한들 한들 춤을 춘다. 소설속 주인공들이 걸었을 법한 그 길을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에 가슴이 설레인다.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한 2km쯤 걸었을까. '효석문학 100리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팔석정이다. 강릉부사 양사언이 빼어난 경치에 반해 정사를 멀리한 채 8일간 노닐었다는 곳이다. 바위 여덟 곳에 글을 새겨 놓아 팔석정이라 불린다. 맑은 흥정천이 적송이 어우러진 팔석정을 휩쓸며 흘러가는 모양새가 제법 그럴듯하다.


각각의 바위에는 석대투간(石臺投竿 낚시하기 좋은 바위), 석지청련(石池淸蓮 푸른 연꽃이 피어 있는 듯한 바위), 석실한수(石室閑睡 낮잠을 즐기기 좋은 바위), 석요도약(石搖跳躍 뛰어오르기 좋은 바위), 석평위기(石坪圍碁 장기 두기 좋은 바위)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글씨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팔석정에서 판관대에 이르는 숲길은 운치있다.시원하게 쏟아지는 흥정천의 물소리와 하늘을 가릴듯 빼곡한 숲길을 걷다보면 절로 시심이 떠오르게 한다.


1구간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율곡 이이선생이 태어난 판관대와 신사임당이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궁궁소 등도 눈길을 끈다. 판관대란 율곡의 부친인 이원수의 당시 벼슬이 수운판관이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궁궁소를 지나면 백옥포리의 들판이 펼쳐진다. 수확을 앞둔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들판과 새하얀 메밀꽃밭이 장관을 이룬다. 메밀꽃밭과 황금들판 사이로 난 오솔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 보면 구름 위를 걷는 듯 둥실 둥실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기만 하다.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탐방에 나선 한 인터넷 여행카페 회원은 "한적하면서도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100리길이 너무 좋고, 메밀꽃밭을 지날때는 꼭 소설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백옥포교를 지나면 1구간 종착지인 노루목 쉼터다. 노루목 고개는 소설 속 허 생원이 고개를 넘을때마다 몇 번이고 다리를 쉼을 했다고 할 정도로 험한 고갯길이다. 지금은 1구간, 2구간을 나누는 역활만 할 뿐 아쉽게도 길은 이어지지 않는다.


◇태고적 신비 가득한 봉평 원길리 잣나무숲
봉평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길이 있다. 바로 잣나무숲길이다. 이효석 생가 인근에는 붓꽃섬이 있다. 예부터 붓꽃이 많이 자생했다는 섬이다. 붓꽃섬 양옆으로 무이천과 흥정천이 흘러 붙여진 이름. 붓꽃섬에는 아트인아일랜드로 불리는 캠핑장이 있다.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캠핑장에서 2㎞ 정도 거리에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잣나무숲이 숨어 있다. 앞산 뒷산 어디를 둘러보다 빼곡한 잣나무들이다. 숲은 그윽하고 깊다. 숲에 들면 사람이 조림하고 간벌까지 한 숲인데도 태고적 고요함이 스며 있다. 잣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 편백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청량한 피톤치드 맡으며 숲길을 걷는 맛은 기가막히다.


잣나무숲은 아트인아일랜드 캠핑장의 대표인 박정희(53)씨의 증조할아버지가 1932년부터 조성됐다. 아들이 태어나면 대량으로 기념식수를 했고 그 아들이 아들을 낳으면 또 잣나무를 심었다. 개방된 잣나무숲은 그중 일부다.


숲은 30분에서 1시간이면 체험할 수 있다. 꼭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단체로 연락을 주면 잣나무숲길을 걸어볼 수 있다. 잣나무 아래에선 표고버섯이 자란다. 가을철 수확기에 들면서 크기가 호떡만큼 커진다.


캠핑장을 이용하는 캠퍼들은 잣나무숲 체험 외에도 표고버섯, 잣, 감자, 맷돌 호박 등을 수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료조차 지치 않은 전부 무농약으로 재배한 것 들이다. 수확한 농작물을 직접 가져갈 수 있다.


봉평(평창)=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가는길=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장평나들목으로 나와 봉평읍으로 가면 이효석생가다. 효석문학100리길은 생가부근 관광안내센터를 들머리로 삼으면 편하다. 잣나무숲이 있는 아트인아일랜드 캠핑장(017-374-1543)은 이효석생가에서 휘닉스파크 방향으로 3km정도 가면 된다. 캠핑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2박3일 기준으로 캠퍼들을 받는다. 펜션은 1박도 가능하다. 사륜구동타기, 숭어낚시, 농작물체험 등 가을날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하얀 가을~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으로 걷다

△먹거리=봉평읍내 미가연(033-335-8805~6 ·사진)은 메밀음식 특허를 3개나 보유하고 있는 메밀요리 전문점이다. 이대팔메밀국수, 메밀싹육회비빔밥 등 주인장의 손맛이 담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에서는 30% 이상 싸게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상차림비는 별도다. 토담숯불구이(033-336-2227)는 주인이 직접 기른 한우를 파는 곳. 아침에 맛보는 백반도 맛깔스럽다.


△볼거리=오는 22일까지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시차를 두고 메밀밭을 조성한 만큼 언제 가도 메밀꽃 핀 풍경을 볼 수 있다.


효석문학 100리길 2구간 '대화장터 가는 길'은 여울목~용평면 재산리~대화장터까지 13.3km. 3구간 '강따라 방림가는 길'은 대화장터~~대화천~하안미리~방림삼거리 10.4km. 4구간 '옛길따라 평창강 가는 길'은 10.2km. 5구간 '마을길 따라 노산 가는 길'은 7.5km. 5-2구간은 4.3km로 구성됐다. 문화관광과 (033-330-2399).관광안내센터(033-330-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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