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스포츠 투데이 이보라 기자]2천만 관객이 선택한 남자, 배우 설경구가 돌아왔다. 이번엔 소방관도, 경찰관도 아닌 '유능한 스파이'다. 5일 개봉한 코믹첩보액션 영화 '스파이'(감독 이승준)에서 설경구는 그간 보지 못했던 반전 매력을 펼치며 또 다시 대중을 홀릴 예정이다. 특히 그는 올해 초, '타워'를 시작으로 '감시자들'까지 연타석 흥행 홈런을 터트렸기에 이번 영화 '스파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철수라는 평범한 이름 속 비범함이 느껴지는 유능한 스파이로 변신한 설경구를 만나봤다.
'스파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밀 스파이 철수(설경구)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초특급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마누라(문소리)가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을 그려낸 영화다. 이 때문에 추석 대목을 노린 '추석용 영화'로 오해할 수 있으나 '스파이'는 당초 스타일리시 한 영화로 기획됐다고 한다.
"'감시자들' 개봉하고 얼마 안 돼서 '스파이'가 개봉하니깐, 극장 여직원도 '또 오셨느냐'면서 놀라더라고요. 사실 이번 영화는 '감시자들'보다 먼저 촬영했는데 개봉만 늦춰진 거 에요. 그래서 제가 올해 굉장히 영화를 많이 찍은 배우처럼 보이더라고요."
그의 설명처럼 '스파이'는 지난해 8월 크랭크업을 마친 작품이지만 작업과정에서 액션, 첩보보단 코미디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이에 영화는 온 가족이기 모두 관람하기 적합한 코미디 영화로 탈바꿈하게 됐다. 코미디 영화인데다가 평소에도 워낙 절친한 배우 문소리와 연기 호흡을 맞췄으니, 촬영장 분위기 역시 화기애애했다고.
"(문)소리랑은 가끔 술 한 잔 씩 할 정도로 친하고, 영화자체도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니깐 배우들끼리도 리허설을 하지 않았어요. 분위기자체가 편하다 보니 코믹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강철중과 같은 처절한 액션도, 전작 '감시자들'에서 펼친 고난이도의 액션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전작 '감시자들' 촬영 때는 배경이 주로 서울 시내다 보니 힘들게 찍었어요. 촬영 끝나면 쉴 곳이 따로 없어서 차 안에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태국 촬영도 있었고, 다양한 곳에서 촬영했어요. 영화 보면 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경찰들이 나와요. 굉장히 사실감 있게 잘 표현됐는데 그게 진짜 경찰이었어요. 돈을 주니깐 연기까지 해주더라고요. 하하"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는 유능한 스파이로 등장하지만 그간 그는 유독 경찰, 소방관, 은행원 등 지극히 평범한 역할을 해왔기에 관객들은 그가 맡은 '스파이'라는 역할이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평범한 역할만 일부로 고집한 것도 있고 평범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이유도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특별한 캐릭터들 보단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을 주로 맡았어요. 강철중도 그렇고, 올해 개봉한 '감시자들'에서도 경찰 역을 맡았잖아요. 제가 평범하게 생겨서 캐스팅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또 영화 주인공이 너무 특출 나면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라져요. 영화라고 특별한 인생만 비춰주면 누가 그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에 그는 곧 개봉하는 또 다른 작품 '소원'(감독 이준익)에서도 무척이나 평범한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고 귀띔했다.
"'스파이' 개봉 이후, 다음 달에 또 영화가 개봉해요. 이번 작품에서도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 역할을 맡았어요. 하지만 평범한 속에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 그런 캐릭터에요. 가을 감성과 딱 어울리는 영화에요."
설경구는 '소원'에서 비 오는 날 끔찍한 사고를 당한 딸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희생하는 아버지 동훈 역을 맡아 눈물샘 자극하는 부정(父精)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그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역할을 해왔기에 2천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아닐까. 한편 '스파이'는 지난 5일 개봉해 절찬리 상영 중이다.
이보라 기자 lee113@stoo.com
사진=송재원 기자 su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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