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누구나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제 배를 채워줄 수 있다.'
소설가 김훈이 산문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한 이 말을 밥의 반대말에 패러디하면 어떨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밥의 반대말을 '끝'이라고 하겠다.
'끝은 누구나 눠야 하는 것이지만 제 끝구멍으로 나오는 끝만이 제 배를 비워줄 수 있다.'
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끝도 중요하다. 좋은 밥을 먹고 찜찜한 끝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친 밥을 먹어도 끝이 개운한 사람도 있다. 밥이 깔끔하게 끝으로 떨어지려면 소화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소화기관 외에 끝을 좋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세균이다.
우리 몸속에는 500가지가 넘는 세균 약 100조마리(?)가 산다. 무게를 다 합하면 1㎏ 넘게 나간다. 세균은 주로 대장에서 서식한다. 세균은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나뉜다. 유산균과 된장균, 청국장균, 효모 등이 유익균에 속한다. 유익균은 대장 활동을 도와 끝이 너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게 나오도록 한다. (김석진, '내 몸의 유익균')
유익균의 기특함은 끝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익균은 해로운 세균이 우리 몸 안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 유익균은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을 얻어먹는 대신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비타민K 등 각종 물질을 만들어준다.
또한 유익균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교육하면서 면역세포의 성장을 도와, 자가면역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최근 속속 발표되는 연구 결과를 보면 유익균은 비만과 우울증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 미물의 도움이 예전 같지 않게 됐다. 현대인은 깔끔한 곳에서 지내고 깨끗한 음식을 먹으면서 유해균은 물론 유익균까지 멀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항생제와 방부제, 식품첨가물도 장내 세균을 줄어들게 했다. 현대인은 그래서 평소에 유익균을 섭취해야 한다. (후지타 고이치로, '장내 세균을 살리는 면역력 건강법')
여기까지는 책에 나온 얘기다. 식사 때마다 유익균이 든 음식을 챙겨 먹기는 쉽지 않다. 청국장균이나 효모, 유산균을 가루나 알갱이로 만든 제품이 많다. 식후에 커피만 마실 게 아니라 그런 제품으로 유익균을 보충해주면 좋다. 나는 직접 체험한 뒤 끝이 좋은 사람이 됐다. 그 경험을 나누고자 썼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