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드라마들이 '막장'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방송 시간만 되면 그 막장 드라마를 보려고 채널을 돌린다. 흔히 이를 마약에 중독되듯 자극적인 이야기에 중독된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를 본다. 아무리 이야기 전개가 터무니없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일말의 삶의 진실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 삶의 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실재로서의 진실의 측면도 있지만, 또 한가지는 우리가 보고 싶은 진실, 희망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세상을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기에 날마다 드라마의 인물들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예컨대 현실에서는 찾기 어려운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드라마에서 우리는 흥미를 넘어서 위안을 받고 교훈과 가르침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요즘 간혹 보는 어느 드라마에서도 나는 많은 감동을 받는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맑은 영혼을 가진 의사는 의술에 대해,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게 해 준다. 그는 그야말로 천재적인 의술을 펼쳐보이는데 드라마에서는 그가 정신적 성장이 멈춘 자폐증 대신 천재적인 의술을 얻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나는 바로 이 점, 어린이의 마음을 가졌기에 천재가 된 것이라는 점이야말로 어떤 일이든 그 본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사의 천재성을 낳은 어린이의 마음, 그것은 명나라 말에 이단으로 몰려 옥사한 이탁오의 '동심론(童心論)'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위험하고 불순하니 태워버려야 할 책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분서(焚書)'에서 이렇게 말한다.
"동심은 진심(眞心)이며 초심(初心)이며 본심(本心)이다."
이야말로 나는 우리 사회 수많은 이른바 전문가들이 들어야 할 얘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 정통하다고 자부하는 전문가들, 그러나 실은 지식인이 아닌 다식인(多識人)일 뿐인 이들, 그 '무지한 전문가들'이 반드시 들어야 할 얘기다. 그리고 지식 이전에 진솔한 애정으로 환자들을 바라볼 때 진정한 의술이 나온다는 것을, 그것이 수만권의 책에서 얻은 지식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이 드라마를 열심히 봤으면 한다. 유모 교수의 책을 통해 알려진 말이지만 실은 중세의 뛰어난 화학자이자 연금술사였던 파르켈수스의 말도 있잖은가. "사랑하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는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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