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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페이스]그리스 운명 손에 쥔 대쪽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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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행정개혁 장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행정개혁 장관(45ㆍ사진)이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취임한 지 몇 주도 안 돼 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ECB)ㆍ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국가인 그리스는 트로이카로부터 총 2400억유로(약 36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공무원 감축, 연금 삭감 등 긴축해야 한다. 미초타키스의 임무가 바로 수천개 공공 부문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긴축의 후예, 그리스 개혁장관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그리스 '긴축전쟁'의 최전선 장수로 나선 미초타키스를 집중 조명했다.

미초타키스는 가장 혹독한 시기에 가장 곤란한 업무를 맡은 셈이다. 그리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자금 수혈에 나선 트로이카는 이제 자비란 생각하지도 않는 듯하다.
6년에 걸친 재정위기로 그리스의 국고는 바닥났다. 내년에 부족한 예산만 50억유로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기한 연장 같은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능하다고 재촉한다. 그 동안 그리스가 입으로만 개혁을 외쳤을 뿐 실행에 옮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임 개혁장관 디미트리스 레파스는 "트로이카 앞에서만 '예스'라고 답하면 된다"고 실언했을 정도다.


미초타키스는 여름 휴가를 반납한 채 채권단과 협상 중이다. 그는 트로이카의 요구에 대한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그리스 정부의 부조리를 찍어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미초타키스는 공무원 1만2500명을 이달 말까지 임시직으로 돌리고 또 다른 1만2500명에 대해서는 오는 12월까지 면밀히 분석한 뒤 적재적소로 배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력은 정리할 방침이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이처럼 냉혹하게 휘두르는 것은 국제사회에 긴축 노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 아테네의 사회과학자들은 최근 논문에서 정치인들을 '구조개혁에 무능력한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정치 불신은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난 미초타키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1990~1993년 그리스 총리를 지냈다. 누이는 문화부 장관, 외교부 장관, 아테네 시장을 역임했다. 큰할아버지는 혁명 원로 출신 정치인이었다. 미초타키스는 자기가 "정치인 가문 출신이어서 다른 정치인보다 잘 해야 하는데다 어떤 실수를 저질러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미초타키스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영국 런던의 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미 경영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몸담았다. 독일인 유모 손에서 자란 덕에 독일어는 물론 영어ㆍ프랑스어도 능통하다. 그는 200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내일의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초타키스는 정계에 입문한 뒤 대쪽 같은 성격으로 유명해졌다.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관용차와 각종 위원회 참가비 삭감을 추진하다 가로막히자 자기 혼자만 관용차를 반납하고 위원회 참가비는 절반만 받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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