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한국 여성벤처협회장
가을은 풍성함과 곡식을 떠올리게 되는 추수의 계절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올해 초부터 여성이 나아갈 길, 여성기업이 발전할 길에 대한 여러 가지 입장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그 결실이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여성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경제분석기관, 학자들이 미래 경제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정부를 비롯해 기관, 기업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진정한 변화로 결실 맺기 위해 우리 사회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먼저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여성의 역할은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당연함 그 자체임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이것이 나아갈 방향이고 논의 사항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이 대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 산업의 근간이라 표현되는 중소기업이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 예산은 물론 사회적 관심이 이에 집중되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물론 필자도 이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여성기업은 다르다. 여성기업 육성을 이야기하면 아직도 많은 부분 '왜'라는 당위성에서부터 질문을 받기 시작한다. 아직 여성, 여성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당위성 인식은 극히 부족하다.
우선 여성을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인식하고,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함께 여성, 여성기업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창업에서 성장 단계별 여성벤처기업의 생태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 첫걸음 단계이지만 코넥스 시장이 개설되었다. 기존의 코스피, 코스닥에 이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성장단계별로 부족하다 여겨졌던 자금운용시장을 마련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여성벤처기업에도 이러한 성장단계별 지원체계가 마련되길 원한다. 창업기에서 성장기, 확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필요한 적기지원 정책이 일관된 프로세스로 마련될 때 성공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가진 여성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결국 성공한 여성벤처기업,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기업의 등장을 통해 제2, 제3의 성공 여성벤처기업을 만들어 가는 원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우선은 유럽연합(EU)수준의 상장비율 3%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성장유인 정책을 펼쳐보는 것을 제안한다. 매년 성장단계별로 유망여성벤처기업 100개사를 선정, 각 단계별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더불어 성공기업들의 사회환원(예를 들어 창업기업 투자, 멘토링 등)에 대한 역할 모델을 함께 만들어 간다면 여성의 벤처육성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한두 해 만에 성장하고 자리를 잡을 수 없듯이 육성정책은 지속적인 인프라와 문화를 구축하기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도 필요하다.
국내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수는 37%로 세계 선두권이다. 그러나 문제는 종사분야의 전문화와 단계별 성장에 필요한 적정한 지원과 유인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7%를 갓 넘은 여성벤처기업 비중, 1%를 넘지 못하는 상장현황은 아직도 우리에게 과제로 남아있다.
50%의 여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여성을 성장동력으로 삼지 못하는 환경에서 창조경제는 완전히 구현되지 못할 수 있다. 좋은 정책과 관심, 목표와 계획을 품은 사회적 노력이 함께한다면 여성은 창조경제로 가는 우리 사회의 동력으로 결실을 보여줄 것이다.
이은정 여성벤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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