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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68% 자기계발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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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1570명 대상 설문 "해도 해도 부족하고 불안"
-일주일 평균 4.2시간 투자
-한 달 평균 11만원 지출


직장인 68% 자기계발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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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꿈을 이룬 뒤 모습을 상상하며 긍정적인 주문 외우기, 계획에 대한 일지 쓰기, 실행 여부 평가하기, 공부할 수 있는 시간 확보하기 등. 이것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계획이 아니다. 주 40시간 법정근무 시간을 밥 먹듯이 초과하며 일하는 직장인 얘기다. 근무로 인정되지 않는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일부러라도 비워내는 직장인들. 이직과 자기발전을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Salary) 공부하는 사람(Student)을 일컫는 샐러던트(saledent)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돼버렸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570명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강박증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68.3%가 '강박증이 있다'라고 답했으며, 92.2%는 현재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계발 강박증 때문에 받는 영향으로는 '자기계발을 해도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49.3%)가 가장 많았고 '쉴 때도 마음 편히 쉬지 못 한다'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자기 계발을 하는 이유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43.4%) 이어 '자아실현을 위해서'(16.9%), '실무능력,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15.4%),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서'(11%), '연봉인상, 승진을 위해서'(4.1%) 순이었다. 또,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은 일주일 평균 4.2시간, 비용은 한 달 평균 11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승진, 이직을 위한 보험?= A무역회사 4년차 직원인 차연진(가명,29)은 관세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표까지 만들어 하루 공부 시간을 확보하느라 여유가 없다. 아침 출근 전에 한 시간, 출근 후 한 시간은 무조건 자격증 공부 시간으로 비워뒀다. 어쩌다 야근을 해야 될 때는 새벽 1시까지 공부하기도 한다. 관세사시험이 승진이나 더 높은 연봉으로 가는 직접적인 통로는 아니다. 다만 승진이나 이직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됐으면 하는 자기 위안일 뿐이다. 차 씨는 "고3 끝나면 공부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대학교 졸업하면 책이랑 안녕할 줄 알았는데, 입사하니 어느새 공부는 '생존'이 돼 버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도 하니 나도 한다?= B출판사에 다니는 김수혁(가명, 34)씨는 오늘도 퇴근 후 영어 작문학원에 간다. 영어 교재는 항상 필수품처럼 가방 안에 '꽂혀'있다. 하지만 김씨가 의욕에 불타오를 때는 3개월에 한번 영어학원비를 낼 때뿐이다. 영어에 대한 목적의식이 뚜렷하지도 않은 채 김씨가 영어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남들 다 하는 자기계발을 나만 손 놓을 수 없기 때문. 김씨는 "영어 학원에 앉아있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실무에서 영어를 쓰는 일은 정작 짧은 영문으로 된 메일을 가끔 주고 받는 일에 불과하다.


C 홍보회사에 다니는 심인영(28, 가명)씨는 입사 후 대인관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스피치 학원에 꾸준히 다녔다. 자신감도 커지고 대인 관계 능력도 향상됐다고 느끼고 있을 즈음 다른 지점으로 옮기게 돼 학원을 그만뒀다. 이후 심 씨는 강박적으로 배울 거리를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했다. 심씨는 "남들은 앞으로 나가는데 나만 뒤쳐진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자기계발 회사서 밀어줘도..=오히려 사원들의 자기계발을 팍팍 밀어주는 회사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A 기업 임직원들은 회사에 자기계발을 위한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기업은 퇴근 후 시간을 보다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1인 1취미 갖기 운동'이나 자격증 및 어학공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특정 요일을 지정해 회의나 회식을 없애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퇴근 후 두 아이 보기도 바쁜 김차연(가명,36)씨는 은근히 부담스럽다. 취미를 갖기엔 여유가 없고, 회사가 내준 시간으로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동료들을 보면 초조해지기 때문이다.


◆나를 성장시켜야 진정한 자기계발= D증권사에 다니는 고수혁(가명,28)씨는 업무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근무 시간 외 주말 등을 이용해 나눔 재단을 통해 낙후된 지역의 주택 수리에 일손을 보탠다. 장판을 갈거나 도배하고, 전기 가스 수도 등을 수리해 깨끗해지는 집을 보고 즐거워하는 주민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그는 지난해 휩쓸리다시피 시작한 국제공인재무분석사 공부를 그만뒀다. 일 년을 꼬박 투자했지만 정작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격증을 따지도 못한 채 관성적으로 강의만 들었던 것. 고씨는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지 않는다는 스트레스와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는 스트레스를 이중으로 받았다"며 "진짜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 결과 지금 활동에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잘한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전보다 훨씬 행복하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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