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내란음모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가 가세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한 명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 기존 교과서가 좌(左)편향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고 바로 그런 것들이 바탕이 돼 통진당의 이석기 의원 사태 같은 것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기존 교과서들은 전체주의로서의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단히 없거나 미약하다"면서 "해방직후에 좌파들이 주장했던 인민민주주의 노선이라고 하는 것에 상당히 호의를 가지고 평가하고 있고 북한의 주체사상에 입각한 전체주의 노선에 대해서도 대단히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이라고 하는 명분, 같은 민족이라고 하는 명분에 따라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하는 것들이 아주 색깔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저희 교과서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가치를 중심으로 해서 서술하려고 한데 비해서 기존 교과서들은 대부분 좌편향적 색깔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고 단지 그 문제가 지금 현재로선 언론에서 얘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존 교과서들의 문제가 더욱더 심각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대측을 대표해 나온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권 교수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비약"이라면서 "교과서의 서술 때문에 통진당 사태가 일어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교과서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판하고)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고 "현대사의 흐름 자체가 반공이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존 교과서 같은 경우는 민주주의라는 우리 나름의 가치를 더 강조하는 것이고 북한에 대한 비판 부분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고 민주화되고 인권이 강화되고 평화를 지향하고 하는 이런 가치들을 실현해 가는 과정 속에서 지속된 것으로 서술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교학사) 교과서처럼 직설적으로 반공에 대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반공의 의미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교과서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칠 것인가라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되는데 (교학사 교과서는) 이미 사라진 유령하고의 싸움같은 교과서이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이 두 교수는 각 쟁점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5·16쿠데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이 교수는 "쿠데타나 독재를 미화하고 있고 반대로 민주화운동 관련 서술이 대폭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5·16의 경우에는 북한의 위협이 있었고 제 2공화국이 대처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마치 일어난 것처럼 돼 있고 ▲10월 유신도 미군 철수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북한의 위협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으로 읽을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5·16과 관련해서는"쿠데타는 분명하다"면서도 "보통의 쿠데타라면 큰 저항을받고 유혈사태가 되겠으나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2공화국 때의 사회 혼란이라든가 북한 공산세력의 어떤 적화기도라든가 이런 것들이 상당히 위협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대한민국 자체가 붕괴되는 위험성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됐고 미국으로부터도 그것이 인지됐기 때문에 5·16이 무혈로써 정착될 수 있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단히 객관적인 서술이지 5·16을 미화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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