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강국 위협하는 중국 잠룡 대해부…④ 레노버
-공격적 M&A 통해 기술력, 마케팅 노하우, 시장 점유율 등 단숨에 올려
-다양한 라인업·가격대 경쟁력…PC 제조도 세계 1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2년 내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을 넘어서겠다."(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 겸 회장)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애플을 제쳤다면 레노버는 삼성전자를 넘어설 가장 위협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양위안칭 레노버 CEO는 자신들의 라이벌로 삼성전자를 콕 집었다. 중국 시장에 애플스토어와 같은 체험형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3년내 300개로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로 삼성전자 압박에 나섰다.
레노버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4위), ZTE(5위)에 이어 6위지만 글로벌 시장의 34%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로컬 브랜드 1위다. 지난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2.6%의 점유율로 애플(9.8%)을 제치며 2위 제조사에 올랐다. 3, 4분기에는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차이가 0.7~1.3%포인트 차로 줄었다. 다양한 라인업과 가격대의 제품, 인수합병(M&A)에 대한 엄청난 식욕,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감각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류촨즈 전 회장이 1984년 설립한 PC 기업 레노버는 중국 시장에서 다양한 스마트폰을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다. 10여종의 아이디어폰을 내놨는데 가격은 14만~60만원까지 다양하다. 96만~114만원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글로벌 PC 1위 기업의 이미지를 접목시키면서 스마트폰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인업의 태블릿, PC, 스마트 TV 등을 판매하며 전자회사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레노버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TV까지 성공적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기반이 됐다. 류촨즈 전 회장이 2001년 양위안칭 현 회장 겸 CEO를 CEO 자리에 앉히고 경영 전권을 넘기면서 레노버는 전환점을 맞았다. 양위안칭 CEO는 2004년 레노버로 사명을 바꾸고 2005년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레노버는 순식간에 글로벌 3위 PC 기업으로 급부상했고 2012년 3분기에는 15.7%의 점유율로 HP(15.5%)를 제치고 세계 1위 PC 제조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브라질 가전업체 CCE를 인수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7%로 두 배 이상 늘렸다.
화웨이가 독자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다면 레노버는 M&A를 통해 기술력과 사업 노하우를 흡수하고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모바일 사업을 확장하면서 레노버는 미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스톤웨어를 인수했고 최근 휴대폰 제조사 인수 기회도 찾고 있다. 웡와이밍 레노버 최고재무책임자는 올초 "블랙베리를 포함해 다수의 휴대폰 회사들을 인수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해 글로벌 PC 1위 기업의 토양을 다진 레노버가 이번에는 휴대폰 회사를 인수해 스마트폰 선두 도약을 노리는 셈이다.
레노버는 중국 내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기업으로 꼽힌다. 양위안칭 CEO를 포함해 수석부사장 이상 임원진 12명중 5명이 외국인이다. 회사 전략회의도 중국, 미국, 일본에서 돌아가며 진행한다. 사내에서는 모두 영어를 쓴다. 글로벌 PC 1위로 치고 올라 온 레노버가 스마트폰에서도 선두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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