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홍원 국무총리가 바레인, 카타르, 스리랑카, 터키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바레인과는 협력위원회를, 카타르와는 자본과 기술력을 통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많았다. 스리랑카는 1976년 수교 이래 우리나라 총리로서는 처음 방문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형제 국가인 터키에서는 문화공동체 확대를 위한 외교전을 펼쳤다.
이번 중동·서남아 4개국 순방은 '외교 사각지대'를 커버하는 총리 외교의 전형을 만들었다. 정 총리는 스스로 총리 외교를 두고 '대통령이 갈 수 없는 나라'를 방문해 수교의 문을 넓히고 교민을 위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각국들은 정 총리에 대해 극진한 예우로 대접해 우리나라 국격이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스리랑카 대통령궁이 우리나라 일부 수행원들에 대해 지나친 몸수색을 벌여 원성을 샀다. 스리랑카는 타밀족과 오랜 내전으로 폭탄테러에 대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가 강한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보안검색을 할 때에는 기계가 아닌 보안요원들이 직접 손으로 수색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수행원들이 수모를 당한 것이다.
스리랑카에서 터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외교 준비로 수행원들 일부가 인도 뭄바이 공항에서 4시간 동안 반강제적인 억류를 당했다. 새벽 2~3시에 인도대사관과 뭄바이영사관 관계자들이 뒤늦게 뭄바이공항에 전화를 거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총리 순방은 대부분 외교부가 중심이 돼 이동경로는 물론 의전을 준비한다. 수행원들의 이동 경로도 같이 체크한다. 외교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기본으로 총리실과 협의해 전체 일정이 마련된다. 스리랑카와 인도 뭄바이 공항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외교부의 잘못이 크다. 수행원들이 수모를 당했다면 이는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수모이다. 총리 외교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번 잘못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따져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당국은 철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