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메모리 분야에 편중돼 있는 취약한 산업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도체장비 및 소재산업을 키워 생산설비와 소재·부품의 대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은 28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반도체장비소재산업 육성전략에 대해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형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문제점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매우 유사하다"며 "소재 및 부품의 대외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부품의 경우 50%, 장비의 경우 80%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원천 기술이 부족해서 장비사업이 잘 안된다"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 부문에서는 점유율이 6%가 채 안되는 실정이다.
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도 반도체장비·소재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1등의 반도체 국가로 발돋움했다. 메모리 분야는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고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장비·소재산업은 후발주자의 입장으로 해외 선진업체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미미하며 기술경쟁력도 70~80%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이어 "(반도체장비·소재산업이) 구조적인 취약성과 핵심 전문 인력의 부족 등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잇다"며 "민간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및 경영 혁신과 함께 정부의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제시와 R&D 지원, 국회의 법적·제도적 인프라 지원 체제 구축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기업·학계 관계자가 모인 패널 토론에서도 참석자들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문제점으로 메모리반도체 편중과 심각한 대외 의존, R&D가 없는 중소기업과 인력 부족 문제를 꼽았다.
최리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반도체공정장비 프로그램디렉터(PD)는 "한국은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52%(지난해 기준)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소자 부문 시장점유율은 14.4%에 불과하다"며 "이는 전체 소자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장비업체인 원익IPS의 이문용 부회장은 "하도 사람 뽑기 힘들어 학교에 장학금도 줬는데 졸업할 때는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간다고 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패널들은 반도체장비소재산업의 육성을 위해 ▲대규모 자본투자를 위한 정책 ▲정부의 R&D 지원 확대 ▲창조적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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