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영화 '숨바꼭질'에서 집은 '보금자리'가 아닌 '공포'와 '욕망'의 상징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숨바꼭질을 통해 지켜야 하거나 빼앗아야 할 대상이 된 집. 스릴러 속 '집'은 인간을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로 부각시킨다. 욕망이 된 '집'은 철거대상 재개발 지역이나 철저한 보안시설을 갖춘 아파트나 안전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영화가 한창 흥행중인 시점에 '집'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담은 전시가 열린다. '숨바꼭질'만큼 자극적이거나 공포에 떨게 하진 않지만 '오늘날 집은 과연 '안식'과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공통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전시에서 소개될 집은 욕망과 사투의 장이 아닌 지극히 작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기획한 작품 소재다.
김지은 작가가 다음 달 서울 통의동에서 'Home Invasion'(침입자)란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미국 유학 중 느꼈던 집에 관한 불안한 요소들에 대한 체험을 작품에 담았다. 미국유학은 작가의 생활 뿐 아니라 생각도 바꿨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를 스스로 뒤섞고 합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변화는 팔레트에 여러 물감들을 짜 혼합하는 것과 같았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이러한 경계의 공간으로서의 집을 소개하며,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가득한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든 위험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이 살았던 곳의 풍경을 눈에 담아 기억한 후에 단순한 박스 형태로 모양을 변형해 캔버스 위에 쏟아낸다. 작품 속 건물들을 뒤덮은 다양한 색채와 패턴들은 관람객들의 눈을 어지럽히듯 자극하며 새로운 형태의 집을 경험하게 한다. 9월 1~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팔레 드 서울, 문의 02-730-7707.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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