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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여름휴가를 마무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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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여름휴가를 마무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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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전주의 한 모텔. 부스스한 머리를 베개에서 들지 못한 채 스마트폰으로 다음 행선지를 찾는다. 무작정 호남으로 떠난 여름휴가 일정이다 보니 정말 발길 닿는 대로 가야 한다. 하지만 결국 또 무계획 속에 계획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


이번 휴가 목표는 '3無(무)'다. '계획하지 말고, 분석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자.' 눅진한 삶의 방습제가 되는 휴가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출발부터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도착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우천 속에 전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어떻게 해야 빨리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천진난만하게 티셔츠에 쪽빛물을 들이는 딸아이를 보며 '이걸 1만5000원이나 받아? 이 동네 너무 상업적이야'라고 욱하고 '이왕 할 거면 이런 식이 더 낫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세 식구 나란히 몸을 눕힌 다음 날 아침 이불 위에서 부지불식간에 스마트폰 검색창에 글자를 쳐 넣는다. '전주에서 가까운 관광지.'

전남 보성 녹차마을로 향하는 한적한 호남고속도로 주변으로 드넓은 논이 펼쳐진다. 곡창지대는 항상 고요하고 평화롭다. 저 멀리 노구를 이끌고 김매기하는 농부는 항상 긍정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 같다. 새삼스레 농부의 굽은 등에서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래, 언젠가 나도 농촌에서 살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녹차마을 삼나무 숲에서도 머릿속을 맴돈다.


# 2.저기 저 넘들은 이자 휴가를 가나보네이. 근디 올여름 저 고속도로에는 지나가는 차들이 왜 그리 적당까? 저그 율포 바닷가에 있는 천수할매 끌탕치겄구마이. 그 할매 파라솔인가 뭔가 빌려주고 한여름 나야 손주새끼들 용돈이나 쥐어 준다고 하던디. 아따, 근디 공연시 남걱정이나 해대고 있을 일이 아니랑께. 나이를 묵어갈수록 일이 각다분허네이. 가실하려면 이 뙤약볕에 만드리하는 거야 팔자려니 혀야지만.


울 자슥들은 이번에도 고상을 하더라도 어무이 본다고 기엉코 온다카는디. 저그들은 "저희 와써라"만 하면 그만이고 서울서만 자란 시상 모르는 새며늘아그는 작년에 논바닥 보면서 '평화'가 어떻고 저떻고 떠들어대는디, 속아지 있는 소리야 아니겄지만 한편으로는 참말로 거시기혔당께. 속도 모르는 것이 촌놈이라고 시퍼보는 줄 알고 속도 불끈혔제이.


그라도 니그들은 꼬박꼬박 여름이면 홀릉할릉 며칠간이라도 쉴 수 있응께 아즘찬이랑께. 꾸척시러운 소리지만 올해도 작년맹키로 수매가를 몰악시럽게 휘려때릴까 잠도 못자는 맴을 니그들이 알리 없제이. 근다고 나사지지는 않겄지만 기엉코 이 긴 장마와 폭염 속에 '평화' 같은 소리를 해서야 쓰겄냐.


# 3.휴가를 흔히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한다. 잠시지만 나를 잊고 남의 일상에 빠져들어 보는 1년에 1번 있는 기회이고 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 남들의 생업활동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착각 속에 빠져보는 셈이다. 우연히 농로에서 마주친 낯 모르는 촌로의 주름과 미소에서 깨달음(?)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재충전이 방전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3일을 쉬어도, 일주일을 여행 다녀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몇 시간 내에 휴가 전에 가득했던 욕심, 이기심과 경쟁의식이 나를 다시 지배한다.


그래서 2013년 여름휴가의 대미는 라인홀드 니부어가 쓴 '평정을 구하는 기도(The serenity Prayer)'로 마무리 짓는다.


"하느님, 제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평정의 마음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그 둘을 분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 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박성호 아시아경제팍스TV 방송본부장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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