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의 재판이 22일 열리는 가운데 보시라이가 들고 있는 마지막 카드는 '언론플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보시라이가 같은 세대 정치인들 중에는 드물게 베이징대학에서 역사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정치인 시절 이미지 형성에 언론을 잘 이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궁지에 몰린 보시라이가 중국 안팎의 이목이 쏠린 이번 재판을 '와일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보시라이의 재판은 이날 오전 8시30분 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5호 법정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보시라이는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 3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인민법원은 실시간 생중계 없이 재판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판 형식이 공개재판이기 때문에 재판 실황이 생중계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2개의 중국 관영 언론은 재판장 출입이 허가된 상태다.
봉황TV 등 일부 홍콩 언론들은 정부가 이 재판을 부정부패 척결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삼기 위해 전례 없이 실황을 생중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매체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한 실시간 중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번 재판에서 보시라이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관영 언론만이 재판장 상황을 일반에 전달할 경우 돌발 발언이나 행동들은 옮겨지지 않겠지만, 웨이보를 통해 생중계될 경우 여과 없이 보시라이의 발언들이 전파를 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薄瓜瓜)는 아버지의 재판을 앞두고 심경을 담은 성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사진을 게시하면서 보시라이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보시라이의 한 측근은 "중국 정부는 보시라이가 공개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해 이번 사건을 깔끔하게 종결하고자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보시라이에게는 아직도 꽤 많은 지지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재판 시작 전 법원 앞에 몰려든 취재 인파 통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급인민법원 주변에는 공안이 대거 배치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기자들이 도로 건너편 인도에서만 사진 촬영 등의 제한적인 취재를 할 수 있게 허가했고, 재판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반드시 법원 근처의 지화(吉華)호텔에 마련된 임시 창구에서 '취재증'을 신청해 발급받도록 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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