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생산·판매 의약품의 공급요청을 거절한 녹십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 A씨는 지난 2010년 2월 서울대병원 정주용 헤파빅 구매입찰에서 낙찰자로 결정돼 1년 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녹십자는 물량이 한정돼 추가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친 A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녹십자는 전년도 초과생산량이 있었고 패널티없이 물량조정이 가능한 계약의 특성과 수시로 소량씩 공급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때 공급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서울대병원 낙찰가 24만2296원보다 더 비싼 가격인 24만8000원에 정주용 헤파빅을 구매해 조달해야 했다. 지연 배상금, 낙찰가와 타도매상으로부터의 구매가격 차이로 인해 A씨는 총 1억5000여만원 상당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정주용 헤파빅은 간이식 환자가 B형 간염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혈액제제 의약품으로 국내에 대체 의약품이 없는 상태다.
이에 공정위는 녹십자에 시정명령을 부과해 부당하게 도매상의 공급요청을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녹십자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거나 거래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형병원 의약품 공급 시 특정 도매상 위주의 거래를 통해 제약업체가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억제하고 약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의약품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상들의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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