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화 '숨바꼭질'이 개봉과 동시에 무서운 기세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그런데 열연을 펼친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영화에 등장하는 '집'이다.
16일 오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숨바꼭질'은 지난 15일 하루 704개 상영관에서 46만 1081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77만 3002명이다.
'숨바꼭질'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가장 안전하다 생각한 우리 집에 누군가가 몰래 숨어 산다는 독특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작품 속 기이한 내용은 도쿄와 뉴욕, 서울 등에서 실제로 신고, 접수된 사건을 토대로 하기에 더욱 오싹함을 선사한다. '숨바꼭질'은 성수(손현주 분)가 배다른 형이 실종됐다는 전화를 받고 그가 살던 아파트를 찾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성수와 민지(전미선 분)에게는 이 아파트가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이곳은 성수의 형을 두려워하는 주희(문정희 분)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ㅁ자'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복잡한 구조는 물론 낡고 어스레한 분위기로 인해 보는 자체만으로도 섬뜩함을 자아낸다. '숨바꼭질' 제작진에 따르면 이곳은 세트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아파트로, 동묘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65년 지어졌으며, 1층으로 들어서면 작은 광장이 있고 광장을 기준으로 양쪽에서 세대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다. 재밌는 점은 극중 이 아파트는 매우 위험하고 허름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건 사고와는 무관한 깨끗하고 안전한 아파트라는 점이다.
'숨바꼭질' 관계자는 "이 아파트가 실제로는 영화에서와 다르게 깔끔하다. 콘셉트상 영화를 촬영할 당시 주민들이 불편하기도 했을 것"이라며 "아마 그 곳에서 찍는 영화는 '숨바꼭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주는 공포는 바깥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안식처'라고 생각한 집이 반대로 가장 위협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주차장, 엘레베이터, 심지어 집 안에 설치된 CCTV 마저 나를 위험에서 지켜내지 못하며, 이웃인지 적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불신 역시 현실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숨바꼭질'을 보고 나면 내 집에 누군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더욱 문을 꼭꼭 걸어 잠글 듯하다. 흥행세를 타기 시작한 이 영화가 주말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포심을 자극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