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번에야말로 '형 만한 아우 없다'란 속담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다.
경희대가 16일 오후 4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최강전 16강 1회전에서 전주KCC를 상대한다. 고려대는 하루 뒤 같은 시각과 장소에서 고양 오리온스와 맞붙는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프로-아마 최강전의 뿌리엔 농구대잔치를 향한 향수가 있다. 수많은 스타와 '오빠 부대'를 낳았던 1980~90년대 농구대잔치는 한국 농구 르네상스의 중심이었다. 최근 대표팀의 국제무대 선전으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15일 대회 개막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에는 5000명 가까운 관중이 들어찼다. 지난해 12월 열린 1회 대회 평균 관중은 1780명이었다.
농구대잔지 영광 재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대학팀의 선전이다. 과거 연세대-고려대-중앙대 등이 '한수 위'로 평가받던 실업팀을 꺾으며 승승장구했던 모습은 더 많은 농구팬을 관중석으로 불러 모은 원동력이었다.
반면 지난 대회는 대학팀의 완패였다. 프로팀을 꺾은 건 중앙대가 18강 1회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잡은 것이 유일했다. 이번 대회 첫 날에도 한양대와 연세대가 각각 1회전에서 부산KT와 서울SK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앞둔 다른 대학팀들의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그 중 경희대와 고려대는 '대학 반란'을 일으킬 주인공으로 손꼽히고 있다. 경희대는 가드 김민구와 센터 김종규 등 아시아선수권에서 활약한 국가대표가 두 명이나 있는데다, 두경민이란 또 다른 특급 가드도 버티고 있다. 덕분에 대학리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전력이 탄탄하다. 고려대 역시 센터 이종현, 포워드 문성곤 등 대표팀 출신 선수에 장신 포워드 이승현을 보유해 만만찮은 힘을 자랑한다.
특히 프로팀은 정규리그를 앞두고 아직 몸상태를 만드는 중인데다 부상 선수도 적잖아 정상 전력으로 보기 어렵다. 이변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부분 프로팀 감독들도 14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고려대·경희대를 디펜딩 챔피언 상무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오히려 가장 큰 장벽은 심리적 요인이다. 경험이나 기량 면에서 대학 선수들은 프로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 더군다나 평소와는 다른 많은 관중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해 자칫 경기를 그르치기 쉽다. 문경은 SK 감독은 15일 연세대전 대승(83-65) 직후 "내가 대학 시절 실업팀과 상대할 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임했다"라며 "오늘 연세대는 그런 정신적인 부분이 약했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팀 선수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에 맞선 프로팀은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다들 고려대를 우승 후보로 꼽는데, 우승은 우리가 하겠다"라고 선언했고, 간판 가드 전태풍 역시 "(대학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지"라고 웃어보였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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