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농구대잔치 영광의 부활을 꿈꾸며!"
2013년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이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 8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올해로 2회 째를 맞는 대회는 6개 팀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프로 10개 구단은 물론, 지난해 우승팀 상무를 비롯해 대학 상위팀 5개(경희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건국대) 등 아마추어팀도 참가한다.
대회 형태에서 알 수 있듯, 계기는 1980~90년대 한국 농구의 중흥을 이끌었던 '농구대잔치'에 대한 향수였다. 원대한 이상에 비해 시작은 초라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1회 대회. 시기부터 좋지 않았다. 프로농구 시즌 중반에 열린 탓에 프로팀들은 1.5군 내지 2군으로 대회에 임했다. 대회 홍보 영상엔 김선형(SK) 전태풍(오리온스) 김태술(KGC) 등이 등장해 "차이를 보여 주겠다"라고 공언했지만, 대회 기간 동안 이들의 모습을 코트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대회 규정상 외국인 선수도 나설 수 없었고, 우승에 따른 별다른 보상이 없어 동기부여마저 크게 떨어졌다. 프로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데다, 최정예를 투입한 상무가 우승한 것은 결코 이변이 아니었다. 스타가 없는데 흥행이 될 리가 없었다. 팬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된 대회. 평균 관중은 2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대학팀과 프로팀의 격차도 현격했다. 7개 대학팀 가운데 프로팀과의 18강 첫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중앙대 하나 뿐이었다. 사령탑 간 신경전까지 벌어졌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프로 감독들이 아주 강심장이더라"란 비아냥과 함께 "대학 팀은 프로 팀처럼 주축 선수들을 빼고 경기하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불쾌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린 뒤 "그런 프로팀을 못 이긴 대학팀이니 훈련을 더 많이 하고 기술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지난 실패를 거울 삼아 많은 점을 바꿨다. 일단 대회 개최 시기를 여름으로 옮겼다. 프로농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담금질이 한창인 요즘. 팀 전력 점검을 위해서라도 주전급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아마추어 간 진검 승부가 예고된 셈. 아울러 대학 4학년 선수들의 참가도 가능해졌다. 10월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가운데, 프로구단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대학 선수들의 분전은 예상치 못한 이변의 씨앗이다.
또 다른 호재는 대표팀의 선전이다. 이달 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선수권에서 3위에 올라 내년 스페인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16년 만의 세계무대 진출. 특히 대회 베스트5에 뽑힌 김민구를 비롯해 김종규(이상 경희대) 이종현 문성곤(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대학 선수들의 분전이 돋보였다. 자연스레 이들이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보여줄 활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선수들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대표팀 선수들은 열흘간 9경기의 강행군을 치른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 짧은 시간이나마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프로팀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선수별 몸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회에는 출전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부영 감독도 "대학 선수들이 대표팀을 통해 팬들에게 이름을 많이 알렸다"라며 "체력적인 면이 우려되나 팬들과 대회를 위해 경기에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달라진 대회 포맷, 대표팀의 국제무대 성과, 높아진 열기 등이 맞물려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무작위 대진 추첨 결과 모든 대학팀은 16강 1회전부터 프로팀과 격돌한다. 경희대는 전주 KCC, 한양대는 부산KT, 고려대는 고양 오리온스, 건국대는 안양KGC인삼공사, 연세대는 서울SK, 상무는 창원LG와 각각 맞붙는다. 프로팀 간 맞대결은 원주 동부-울산 모비스, 서울 삼성-인천 전자랜드뿐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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