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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뒤흔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투자 편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3분 38초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시간으로 13일 미국을 깜짝 놀라게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칼 아이칸이다. 그는 나쁘게 말해 ‘기업 사냥꾼’이요 좋게 말해 ‘행동주의 투자자’다.


애플을 뒤흔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투자 편력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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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은 트위터로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 ‘애플’의 지분을 상당량 갖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우리는 현재 애플 주식을 대규모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주 저평가 돼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아이칸은 이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대규모 당장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고 이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곧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을 뒤흔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투자 편력 애플의 팀 쿡 CEO


애플의 스티브 다울링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모든 주주들의 관심과 투자를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팀 쿡 CEO는 아이칸씨와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아이칸이나 애플측이나 그의 지분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0억 달러 이상 혹은 는 애플 시가총액 4448억 달러의 0.25%미만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달 중 애플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아이칸은 애플 주가가 600달러는 돼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팀 쿡 CEO를 훌륭한 CEO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칸은 앞서 한 인터뷰에서 “애플은 현금이 많고 차입도 많이 할 수 있다”면서 “주가는 자사주 매입으로 크게 오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칸의 트위터는 애플의 주가를 4.8%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애플 주가는 489.57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 때 494.6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1월23일 이후 최고가였다.



투자자들도 반겼다.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5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웨지우드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롤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내년에 신제품이 나올 예정이어서 애플은 다시 성장할 것”이라면서 “애플 주주들은 힘들고 힘든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애플은 9월중 새 아이폰을 공개하고 이어 새로운 아이패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노스쇼어자산운용의 투자자인 마이컬 노부초우스키는 “애플의 제품재생주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그(아이칸)은 애플 주가 저점에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팀쿡 CEO가 아이칸의 의견을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돈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6월 말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 등가물을 1466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은 지난 분기에 160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지난달 밝혔으며 2015년까지 1000억 달러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아이칸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애플을 뒤흔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투자 편력 칼 아이칸사진:블룸버그뉴스



아이칸은 애플외에 PC 메이커 ‘델’과 영화와 TV쇼공급업체인 ‘넷플릭스’,’뉘앙스 커뮤니케이션스’,웹MD 헬쓰 코프 등 정보기술 기업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 전에는 모토롤라와 웹포털 야후 지분을 확보해 회사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아이칸은 구글에 특허포트폴리오 대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고 모토롤라는 2011년 구글에 125억 달러에 인수됐다. 거래주가보다 63%나 오른 값이었다.


아이칸은 델에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상장철회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려는 창업주 마이클 델에게 매입가를 올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창업주이자 CEO인 델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함께 주당 13.65달러에 델 지분을 인수해 비상장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지난 2월 내놨다.


애플을 뒤흔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투자 편력



아이칸은 2대 주주인 사우스이스턴과 함께 이 계획을 반대해왔다. 인수가격이 회사 가치보다 낮은 데다 상장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델 주식 8.7%를 보유하고 있어 마이클델에게는 골치거리다. 마이클 델은 우호지분을 합쳐 약 1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창업주 델을 제외할 경우 아이칸이 최대 주주다. 이어 UBS(4.7%) 블랙록(4.4%) T 로우 프라이스(4.1%) 사우스이스턴 자산운용(4.0%) 등이 주요 주주다.



이 중 사우스이스턴과 T 로우 프라이스는 애초부터 델 창업주의 계획에 반대했다. 사우스이스턴은 아예 아이칸에 델 주식을 팔면서 지분 비율을 줄였고 T 로우 프라이스는 7월15일 창업주 델의 계획에 반대한다고 다시 강조해 아이칸과 연합전선을 구축할 공산이 크다.



UBS와 블랙록은 그동안 특별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 그러나 블랙록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델 지분의 3%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필즈 캐피털매니지먼트, 제나투자운용(0.7%보유), 약트만자산운용(0.85%보유) 등 기관투자자 세 곳이 7월12일 델의 주주총회 자문기관인 ISS의 추천에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총 자문기관의 추천이 나오면 기관 투자자들은 따르는 게 관행인데 이를 깬 것이다.



아이칸은 “ISS가 제시한 델 인수가인 주당 13.65달러는 델의 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델 CEO에게 편향적인 ISS 추천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사우스이스턴은 델의 적정 주가가 델 창업자가 제한한 13.65달러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주당 24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이칸의 목적은 주가를 올리는 것도 있지만 창업주 아이칸을 쫓아내는 것이다.


애플을 뒤흔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투자 편력 윌리엄 애크먼



아이칸은 또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설립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 윌리엄 애크먼과 대립각을 세워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바로 건간보조제 판매업체 허벌라이프 투자다. 애크먼은 허벌라이프가 ‘피라미드 사기’리고 비난했고 방송에서 아이칸과 30분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칸은 허벌라이프 주식 16.4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아이칸이 한 수 위였다. 애크먼이 2000 만주를 매도하고 나갔지만 아이칸은 5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밝혔다.



아이칸은 이처럼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니다. 1936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77세다. 뉴욕 퀸즈에서 유태교 교회 성가대 선창자와 고등학교 교사 사이에 태어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철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이칸은 뉴욕대 의대를 중퇴하고 군 제대후 투자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1961년부터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1960년대 말 자기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1978년부터 기업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4년 석유회사 텍사코의 지분을 대량 취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항공사 TWA,식품회사 나비스코, 걸프앤웨스턴,유니로열 등에서 위임장 대결(proxy fight)를 벌여 기업 사냥꾼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물론 그는 이런 별명을 싫어한다.



어쨌거나 그의 투자전략은 상당한 이득을 주었다.그는 1980년대 텍사코에 투자해 투자금을 두배로 불렸고, 나비스코에서 8억 달러를 벌었으며, CVR에너지에서 무려 30억 달러를 챙겼다.



아이칸의 자산은 크게 두 개로 나눠져 있다. 상장사인 아이칸 엔터프라이스 지분 89%와 그의 가족재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 오피스 아이칸 파트너스 지분이 그것이다. 아이칸 파트너스에는 아이칸 엔터프라이스가 투자한다. 외부 투자자들의 돈은 2011년 돌려줬다.



지주회사인 아이칸엔터프라이스는 자동차 부품업체 페더럴 모걸의 지분 78%, 트로피카나 카지노의 지분 68%, 아메리칸 레일카의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철회사, 부동산개발회사,홈패션회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이동통신사 XO홀딩스 지분을 포함한 수입억 달러의 개인 투자를 했다. 개인투자는 ‘아이칸 파트너스’’하이리버’와 같은 기업을 통해서 한다. 주식과 채권,옵션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또 철도차량과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철도차량은 맨해튼에서 오하이오까지 이를 만큼 많다.



아이칸을 기업 사냥꾼으로만 보는 것은 그의 진면모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그는 자선활동도 많이 한다. 그는 뉴욕지역의 미혼모 쉼터와 의료시설, 공사립 교육기관에 기부한다. 통크게 기부한다. 2012년 뉴욕의 명문 의대인 마운트시나이의대에 2억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 브롱크스의 차터스쿨 6곳에도 4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또 사생활을 존중한다. 자기가 투자한 기업의 임원들은 그의 가족에 대해 입을 다문다는 비공개 약속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 현재 그의 아들 브레트가 가족사업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워터프런트 햄턴스의 저택은 억만장자 로널드 펠레만과 집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는 맨해튼의 ‘일 티넬로’ 식당에 자주 간다. 이 식당은 그의 이름을 딴 ‘알라 아이칸’ 파스타를 제공한다. 이 파스타에는 토마토 치즈 소스속에 양파와 베이컨이 있다.


개인 자산 200억 달러를 소유한 칼 아이칸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음식 아닐까?.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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