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방향 잘 잡아놓고 민심 읽기 소홀한 게 패착
거위깃털론 등 惡手…朴 초대 경제팀 최대 위기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현오석 부총리ㆍ조원동 경제수석이 이끄는 새정부 경제팀은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방향이 옳아도 방법은 틀릴 수 있음'에 대비하지 못한 정무적 판단 착오가 패착으로 꼽힌다. 현 부총리가 직접 나서 '사과'는 했지만 정서보다는 수치를 신봉하는 경제관료들의 상황판단이 바뀌었을지는 미지수다. 당정이 새로 마련 중인 수정안이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여기에 달렸다.
새정부 경제팀이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게 된 원인은 샐러리맨에게 부담을 지우는 개정안의 내용이기도 하지만, 경제관료들이 보여준 민심 동향에 대한 무지도 큰 몫을 했다. 대표적인 게 조원동 수석의 '거위깃털론'이다. 조 수석은 9일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면서 "거위로부터 고통 없이 깃털을 뽑는 방식"이라며 "한 달에 1만 3000원 세금이 느는 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세전 연봉 3450만원 이상은 상위 28%에 해당하는 '중산층'이란 경제 통계에 근거한 말이다. 그러나 3450만원이라면 한 달 월급이 2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의 1만 3000원짜리 깃털이 고통 없이 뽑힐 것이란 고위 공무원의 '단언'은 거의 '실언'에 가깝다. 증세의 개념은 세율을 높이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이번엔 증세가 아니다"라고 교과서적으로 국민을 가르치려 든 것도 반감을 샀다.
많은 국민들이 촛불시위에 모여들며 정부를 상대로 "걸리기만 해봐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여론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미시적인 수치에 매몰돼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잘했다고 할 것"이란 현 부총리의 발언(12일 당정협의)은 현 경제팀의 정무적 판단능력이 전무함을 드러냈다.
야당을 중심으로 현오석ㆍ조원동 경제팀의 퇴진을 포함한 책임론이 거세지만, 박 대통령의 성향상 당장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현 부총리에 대해 "잘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고(7월 23일 국무회의), 지난 5일 수석비서관 절반을 교체하는 인사에서 조 수석을 유임시키며 신뢰를 보냈다. 시험대는 조만간 발표될 새법개정 수정안이다. 수정안이 민심을 얼마나 반영하느냐는 새정부 1기 경제팀의 존속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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