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과정서 대규모 경·공매로
권리관계 복잡하고 감정가 높아 유찰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지난해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자산이 경·공매로 넘어갔지만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물건 수가 많고 권리관계가 복잡해 낙찰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다.
서울중앙지법 경매 7계에서 지난 6일 첫 경매에 부쳐진 P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H빌라가 유찰됐다. 2011년 한 차례 경매에 나오기도 했던 이 빌라는 지난 4월 솔로몬저축은행이 강제경매(청구액 2억원)를 신청하며 경매장에 재등장했다.
이 빌라의 대지(185㎡)와 건물(216㎡) 감정평가액은 총 15억원이다. 2003년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 국민은행의 근저당(6억원)이 설정돼 있으며 P저축은행과 S저축은행으로부터 가압류가 들어온 상태다. 등기부등본상 채권 총액은 16억원이며, 최근까지 회장의 자녀가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파산 선고를 받은 미래저축은행의 사옥으로 사용됐던 서울 서초동 빌딩이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5계에서 4회차 경매에 부쳐진다. 지난해 6월 경매장에 나온 이 물건은 토지 2234.68㎡, 건물 4549.88㎡ 규모로 감정평가액이 455억6700여만원에 이른다.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강남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인근에 서초 우성아파트 등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진행된 첫 경매 이후 내리 3회 유찰됐다. 건물의 규모가 커서 감정가가 높은 데다 권리관계가 워낙 복잡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등기부등본상 채권 총액이 감정가의 두 배에 이르는 907억5010만원인 점에서도 이 물건의 복잡한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상황에서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축은행 물건은 서류상으로는 권리관계가 깨끗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명도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권리관계가 복잡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물건의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가 모두 솔로몬저축은행이라는 점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4월 한국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토마토2저축은행 등과 함께 부채초과를 이유로 파산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영업정지당한 저축은행 자산의 공매를 주관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예보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등 예보가 관리 중이거나 파산한 저축은행의 물건 601건(8328억원)이 지난 4월 본격 공매에 나왔다.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8월 현재 매각된 물건은 94건(498억원)에 그쳤다.
낙찰된 물건 중 아파트가 53%(50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아파트 대부분이 대전, 논산 등 충청권에 집중돼 있었다. 상가, 점포 등이 포함된 근린시설이 26%(25건)로 뒤를 이었다.
저축은행 소유주의 사치스런 생활을 엿볼 수 있었던 고급 수입차들도 공매에 부쳐지고 있다. 도민저축은행 소유의 페라리 612는 지난달 최저공매가격 8000만원에 제7회 합동공매에 나왔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이달 진행되는 제8회 합동공매로 넘겨졌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자체 개발한 차세대전산시스템( SmartS)도 공매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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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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