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집 말고 별다른 노후 대책도 없는데 집을 팔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니 답답하다."(대치동 미도아파트 주민)
지난 8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장기보유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특별공제폭을 80%에서 60%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2015년 1월 이후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 부담이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난다.
1983년 입주했으니 올해로 꼭 30년이 된 미도아파트는 세제개편안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단지다. 총 2435가구나 되는 초대형 아파트는 외벽 페인트 칠이 벗겨진 데다 베란다마다 주렁주렁 에어컨 실외기를 매달아 고가 아파트단지임을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용면적 84㎡에서 최대 190㎡까지 중대형 주택으로 구성된 아파트는 84㎡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거래가가 9억원을 웃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세제개편안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10년 이상 거주했다는 정모(70세)씨는 "투기목적으로 집을 산 것도 아닌데 이제와서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20년째 거주 중이라는 양모(30세)씨는 "당장은 집을 팔 일이 없겠지만 어쨌든 나중에 팔 경우 세금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물게 한다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도곡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늘어나는 세금은 많지 않다"면서도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거래가 뚝 끊겨있는데 (세제개편 영향으로) 거래가 더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세수 증대 효과는 적으면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나서서 정부의 개편방안을 보완하겠다고 한만큼 그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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