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주 코스피는 2.21% 하락했다.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양적완화 조기 축소 우려 및 삼성전자 주가 부진에 코스피는 약세를 지속했다. 주 중반 미국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이 양적완화 조치가 이르면 9월 축소될 것이라는 발언을 한 여파로 코스피는 188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12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역시 변동성이 비교적 큰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재차 국내증시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는 구간에 진입하면서 1860~1870선은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스트래티지스트=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IT, 현대차 파업 우려와 일본 자동차 부활로 불안감이 커진 자동차 업종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업종의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그 동안 철저히 소외됐던 소재, 에너지, 산업재 섹터의 반등이 코스피의 1900 상승을 견인했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어 추가 상승을 견인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전 세계 경제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파버는 올 하반기 뉴욕증시가 1987년의 검은 월요일과 같은 급락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핌코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 빌그로스도 채권 비중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언급해 주식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뉴욕증시와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 양적완화 축소 우려 부담 등과 같이 미국 증시의 조정여건이 형성된 상황에서 마크파버의 경고는 실제로 뉴욕 증시 급락 현실성 문제와 상관없이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욕구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코스피 역시 의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재차 1.1배로 밴드 하단부에 도달했기 때문에 1870 이하는 저가 매수 영역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 9월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보수적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급격한 추가하락 시에는 오히려 중장기적 회복을 대비해 과대 낙폭업종 저가매수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권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로 측정한 미국의 경기 모멘템은 양적완화 조기축소 가능성이 어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견인력과 유로존 내 기타국가의 경기 바닥탈출에 대한 기대는 2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개선 가능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일본의 2분기 GDP 성장률 역시 1분기의 호조세를 고스란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선진국 경기개선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는 이번 주 선진국 경제지표 발표 일정을 거치며 한층 더 강화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공고했던 상호간의 결속력과는 다르게, 선진국의 호조와 신흥국 경기 개선 간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미약하다.
이번주의 화두는 미국·유로존·일본 등 선진 경제의 회복세와 중국 금융긴축 기조의 정면충돌이 될 것이다. 증시의 향방 역시 양자간 힘의 균형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선진국의 호조는 가격반영이 끝난 이미 예견된 이슈고, 또 9월의 산적한 현안들에 그 추동력이 가로막혀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 금융긴축 심화 여부에 연유한 코스피 조정 가능성이 보다 힘을 얻는 한 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의 통화긴축이 극단적인 파국을 의미하진 않고 국내증시의 경우 여전히 밸류에이션의 역사적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수 하방의 지지력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판단한다. 재정절벽과 엔저 우려 그리고 그리스와 중동의 위기가 한데 겹쳤던, 지난해 11월의 저점인 1860선은 의미 있는 지지선이 될 수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6월 저점 대비 단기 상승세가 컸던 소재·산업재를 비중 축소하고, 2분기 실적시즌을 통해 실적 가시성을 검증 받은 내수 소비재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저가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관련 부품사의 실적 개선 가능성 등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개별주 투자스토리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대응에 자신이 없는 투자자라면 투자의 시계(視界)를 확장시켜, 미국·중국·일본 등의 경험과 구조적 변화가 가져올 기회를 주목해보는 것이 합당할 수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이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연준 인사들의 양적완화 임박 가능성 시사 발언과 함께 기술적 반락 국면으로 전환됐다. 기술적 반락과 함께 다우운송지수의 하락 반전과 삼성전자 딜레마, 그리고 외국인 순매도 전환이 나타났다.
우리는 글로벌 변수들에 대한 새로운 컨센서스 형성과 함께 하반기 국내 경기의 확연한 상승 흐름 확인 전까지 현재와 같은 밸류에이션(PER) 딜레마 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딜레마가 코스피 딜레마인 상황에서 삼성전자 제외 시가총액의 박스권 상향 이탈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기술적 반락 진행과 함께 방향성 탐색 국면 전개가 예상되며 기관 순매수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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