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현주 기자]대형마트업계가 우유 가격을 인상 전 가격 그대로 고수키로 하자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편의점 업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9일부터 매일우유 판매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는 CU와 세븐일레븐은 대형마트처럼 우윳값을 환원해야할지 고심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의 CU와 세븐일레븐은 9일부터 매일유업의 우유 가격을 인상한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200ml 흰 우유 가격을 800원에서 900원으로 올리고 500ml는 기존가 1450원에서 1600원, 1L는 2400원에서 2700원으로 각각 100원, 150원, 300원씩 인상한다. GS25는 오늘부터 인상된 매일유업 우유가격을 반영해 판매하고 있으며 CU는 아직까지 가격인상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편의점업계는 대형마트의 우윳값 인상 철회 결정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들이 하나같이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당장 다음날부터 가격 인상이 예정되어있는 편의점업계로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대형마트들의 판매가격 인상 철회로 결국 제조업체들까지 대형마트에 대한 공급가를 환원시키겠다고 해, 더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U관계자는 "금일 대형마트들의 가격 인상 철회 결정으로 내일 편의점업계에 예정된 우윳값 인상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제조사 측에서도 가격인상 뜻을 굽힌 터라 현재 급히 회의를 소집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매일유업은 흰 우유 가격을 10.6% 올려 L당 250원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나로마트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4사가 정부 눈치에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하자, 매일유업은 이날 대형마트에 공급가격 인상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편의점업계는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상을 거부한 상황에서 편의점들만 판매가를 올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일단 공급가가 오른 상황이라 기존 계획대로 9일부터 판매가를 올리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추후 시장상황을 보고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예정된 대로 가격 인상분은 판매가에 반영하되 대형마트들처럼 가격 인상을 철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이날 오전 매일유업의 우유 가격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250원 올렸다가 오후에 다시 종전 가격인 2350원으로 내린 것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편의점도 이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
한편 유업계는 대형마트가 가격 인상을 보류하면서 인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에 대한 내용은 변함이 없는데 정작 유통업체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고,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않아 이전 출고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에 1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면서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오는 9일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던 서울우유도 별다른 대책 없이 우선은 가격 인상 계획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계획대로 제품 인상안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만약 9일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그때 되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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