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김용대(FC서울)는 지난 세 시즌 동안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뛰어난 수문장이었다. 기록부터 남달랐다. 서울 유니폼을 입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3경기 108실점. 경기당 1.05실점의 빼어난 성적이었다.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2010년(0.97골)과 2012년(0.95골)엔 우승도 경험했다. 당연히 그해 시즌 베스트11도 그의 몫이었다.
수원 블루윙즈와의 'K리그 슈퍼매치'로 초점을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은 최근 수원전 9경기 연속 무승(2무 7패)의 악연에 시달리고 있다. 기나긴 무승 터널에 최용수 서울 감독 못잖게 속앓이를 했던 이가 바로 김용대다. 8경기에서 18골을 내줬다. 평소 평균 실점율의 두 배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라이벌' 정성룡(수원)이 4실점에 불과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지난 4월 수원 원정(1-1 무)에선 아예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굴욕'까지 경험했다.
슈퍼매치 결장은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이던 '안정감'이 사라졌다. 집중력 부족과 잦은 실수로 번번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덩달아 서울도 12위까지 추락하는 악몽을 경험했다. 결국 몇 차례 후배 유상훈에게 주전 수문장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서울 이적 후 처음 있던 일. 공교롭게도 그 사이 슈퍼매치까지 열렸다. 팀의 라이벌전 징크스가 반복되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충격이 컸다. 김용대는 "처음 벤치로 내려갔을 땐 많이 힘들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독보다는 약이었던 것 같다"라며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날 신뢰한다고 해서 항상 주전 자리가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걸 되새겼다"라며 "주전으로 복귀했을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절치부심한 그는 6월 A매치 휴식기를 전후해 달라졌다. 최근 리그 8경기 연속 출장에 실점은 고작 네 골. 경기당 실점은 0.5골에 불과했다. 특히 홈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서울의 안방 6연승을 이끌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31일 제주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3 20라운드 홈경기. 전반 내내 수차례 선방쇼를 펼치더니, 경기 종료 직전에는 페드로의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1-0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 후 김용대는 수훈선수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서울 입단 후 기자회견에 온 건 처음"이라며 "사실 요새 공이 좀 커 보이긴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에선 준비된 자세가 엿보였다. 김용대와 페드로의 PK 맞대결은 이날이 두 번째. 지난 5월 26일 제주 원정 당시 2-0으로 앞서던 전반 40분에 페드로에 PK골을 헌납했다. 이는 4-4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김용대는 "당시 페드로를 보니 골키퍼가 몸 날리는 방향을 보고 차는 것 같더라"라며 "그래서 이번엔 바로 뛰는 대신 반대편으로 페인팅을 한번 준 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그게 적중했다"라고 웃어보였다.
자연스레 시선은 3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슈퍼매치로 향한다. 김용대의 수원전 각오는 "받은 대로 돌려주겠다"는 최 감독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만큼은 정성룡과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질 수 없다.
그가 다시 한 번 홈경기 무실점 선방을 재현한다면, 서울의 슈퍼매치 징크스 탈출도 한결 쉬워진다. 김용대는 "수원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라며 "더 많이 연구하고 분석해 홈에서 꼭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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