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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37일간의 '도쿄 구상'…'格' 위한 칼 뽑아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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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품격경영 나서,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 경질…단호한 결정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박민규 기자]유럽과 일본을 거쳐 37일만에 출장길에서 돌아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도쿄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격(格)의 경영'을 강조했던 이 회장은 6~7월 출장길을 다녀와서는 상생과 신뢰, 특히 '지역주민과 더불어 사는 삼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출장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 집무실로 출근한 이 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사고를 비롯한 경영 현안을 보고 받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후진적인 환경안전사고를 근절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 회장이 개인 비위 사실이 아닌 안전사고를 문제삼아 경영진을 경질시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환경안전사고와 관련한 책임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져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셈이다.


이 회장이 격노한 것은 환경안전사고의 경우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이 우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 주민과의 상생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역민과 같이 호흡하고 지역민과의 상생을 통해 지역사회에 존경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안전환경사고 예방을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조직문화 개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해 CEO에게 직접 책임을 물어 모든 계열사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사고에 따른 책임을 통감하는 한편,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안전환경사고 근절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박 사장의 경질과 함께 종합대책을 요구했다. 삼성그룹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됐다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삼성그룹 전체의 환경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각종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지역주민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삼성전자 화성 및 기흥사업장을 개방한 것도 지역사회와의 상생 및 신뢰를 위한 과정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화성사업장에서 '나노스타디움' 오픈식을 열고 8월 중순부터 화성 ,기흥사업장의 3개 사내 체육시설을 지역사회에 개방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사내 체육시설을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주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면서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격의 경영'을 선언했듯이 지역 사회와의 상생과 소통을 통해 격을 높이고 '더불어 사는 삼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도쿄 구상의 핵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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