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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맨 김원홍 대만서 체포···SK 회장 형제 재판 영향 촉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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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수백억 횡령·배임 재판에서 사건 주요 당사자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됐다. 선고만을 남겨 둔 항소심도 변론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1일 법무부, 검찰 등에 따르면 대만 경찰은 전날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이를 주 대만 대한민국 대표부에 통보했다. 그간 대만 당국과 강제추방을 비롯 다각도로 김 전 고문에 대한 신병 인도 문제를 협의해 온 사법당국은 향후 소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위를 파악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병 인도가 결정되면 법무부 국제형사과와 앞서 김씨를 기소중지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인력이 현지 공항에서 김씨를 넘겨받은 뒤 국내로 들여오자마자 곧장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SK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중국으로 종적을 감춰 기소중지 및 인터폴 수배가 내려진 상태로 이후 대만으로 건너갔다.


김 전 고문은 SK 회장 형제 지시로 SK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출자금을 선지급금 명목으로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를 거쳐 송금받아 운용하는 등 SK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인물이다. 검찰이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최 부회장 계좌에서 김 전 고문 계좌로 680억원이 옮겨간 정황도 포착된 바 있다.

최 회장 형제는 지난해 1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회장 형제는 당초 1심에서 사실상 동생 최 부회장이 범행을 주도하고 형 최 회장은 펀드 출자 및 선지급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오히려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자 항소심선 다른 전략을 택했다.


펀드 출자 및 선지급 과정에 일부 관여를 인정하되 횡령할 의도는 없었으며, 오히려 김원홍 고문 등이 송금받은 돈을 개인 보험금 용도로 사용하는 등 사기행각의 가해자이며 주범이라고 주장을 바꿨다. 최근 김 고문을 검찰에 고소한 뒤 항소심 재판부에 양형 자료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허위자백을 자인하며 논란을 부른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도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실제 법정 출석으로 이어지진 않으면서 지난달 30일 변론을 종결했다. 오는 9일 선고만을 앞둔 상황이지만 김 전 고문의 입에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최 회장 측은 변론재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나 변호인의 요청이 없더라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향후 재판일정 변경 여부에 관해서는 아직 확인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국교 관계가 단절돼 신병 인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지 변수다. 또 김 전 고문의 신병이 확보되더라도 사법당국이 SK사건에 대한 관여 경위 및 사기 등의 추가 제기 의혹을 수사해 직접 법정에 세우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항소심 선고에 임박해서야 갑작스레 김 전 고문의 신병확보 가능성이 커진 배경을 두고도 의혹이 일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지난달까지도 대만에 가서 김 전 고문을 만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사법당국의 신병확보 노력이 미온적이었을 가능성과 더불어 SK그룹 측이 김 전 고문을 설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 형제가 항소심 막바지 전략을 바꿔가며 김 전 고문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고소한 만큼, 신병인도 후 법정이나 검찰에서 불리한 진술을 내놓아 오히려 형세가 악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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