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재정·취업 지원 확대 등 우수 지방대 육성방안 발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그동안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방의 대학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예전에는 지역 명문대로서 서울 4년제 성적 상위권 대학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지금은 장학금, 어학연수 등의 혜택을 줘도 학생들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지방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번 교육부의 지방대 활성화 방안이 반드시 법제화돼야 할 것이다." (경북의 한 대학 관계자)
교육부가 31일 '지역인재 전형' 등을 포함한 지방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대학 정책 중에서도 지방대 육성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만큼 지방대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부의 방안이 발표된 날, 경남지역의 한 대학게시판에는 "지금까지 국고지원이 국립대나 지방대보다 사립대에 더 몰려 있었다", "지방산업을 키우고 지역대학을 발전시키는 것은 균형 발전의 필요조건", "쓸데없이 서울로 몰려 비용지출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지방대'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말한다. 전국 201개 대학 중 64%인 129개교가 지방대이며, 총 139만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에 있다. 지난해 입학자 수는 24만3830명으로 역시 전체의 64.2%를 차지한다. 산술적으로는 지방대가 국내 대학 교육의 약 64%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방대는 교육 및 연구여건 등 여러 지표에서 수도권 대학에 뒤처져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수도권이 33.3명인데 비해 비수도권은 36.3명을 기록했다. 교수 1인당 연구비는 수도권 대학(6500만원)보다 1600만원 적은 4900만원이었다. 학생 1인당 지원액 역시 수도권이 81만원, 비수도권이 52만원이었다.
취업면에서도 지방대 출신들은 '찬밥' 신세다. 지방대 졸업자의 대기업 취업률은 10%에 불과하다. 수도권 대학 졸업자 대기업 취업률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 인재를 30% 이상 뽑도록 하고 있으나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295개 중 45%인 133개 기관이 이를 채우지 못했다.
경제, 사회, 문화, 복지 등의 인프라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인재의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을 떠나 아예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충남 홍성군에 있던 청운대학교는 올 초 인천 남구로 일부 캠퍼스를 옮겼으며, 강원도에 위치한 중부대, 을지대 등도 수도권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역인재 유출이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진다고 분석한다. 1차는 고교 졸업 후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 2차는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 3차는 지방대학 졸업 후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경우 등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수 학생들은 지방대학을 기피하고, 지방대학은 위상이 약화되며, 그 결과 지방대 졸업생은 취업의 질까지 낮아지는 '악순환'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방대가 이 같은 위기를 겪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대학에도 책임이 있지만 현재와 같이 정치, 산업, 교육, 문화 등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지방대학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있어 대학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교육부는 지방대학에 대한 재정, 취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우수 지방대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15학년도부터는 지방대가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를 일정 비율을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이 생긴다. 또 현재 5급 공무원 선발에 적용되는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는 7급까지 확대하고 공공기관에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적용한다. 우수 지방대에 대해서는 재정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내년부터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시작한다.
서남수 장관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명문대를 부활시켜 우수인재가 지역에 남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학 지원확대'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교육부는 그동안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등 권역별로 대학간담회를 열고 실태 조사를 벌여 왔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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