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 발표, "전혀 감당할 수 없다" 18.2%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국내기업 절반 이상이 임금차액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상임금 패소시 지급해야 할 임금차액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거나 '감당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18.2%, 37.9%에 달했다.
또 임금차액을 부담하게 될 경우 경영상태를 묻는 질문에 기업의 53.2%가 매우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이거나(20.6%),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32.6%)으로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데 상당수 기업이 이를 감당할 재정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대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토록 한 판결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결국 많은 기업을 도산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기업들은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인건비 상승폭에 대해 10~19%로 답한 기업이 34.1%로 가장 많았고 이어 1~9%(32.8%), 30% 이상(18.8%), 20~29%(14.3%)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15.6%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통상임금 문제로 인한 부담은 소송에서 패소해 임금차액을 일시적으로 지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상승된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대법원의 판례가 굳어질 경우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근로자의 소득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대처방안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61.3%)을 첫 손에 꼽았고 이어 당분간 임금동결(25.9%), 고용감축·신규채용 중단(22.5%), 연장·야간·휴일근로 축소(21.9%)를 차례로 들었다.
바람직한 통상임금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기존 노사합의를 존중하는 쪽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45.5%)는 응답과 '정부의 행정지침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39.5%)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통상임금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만일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확대된다면 기업은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투자와 고용창출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상무는 이어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경우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선진화도 어려워 질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 대법원이 지금까지 산업현장 관행과 노사합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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