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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변호사의 조세이야기]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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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계약이 해제되어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된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하는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정지용님의 ‘향수’중에서)은 그 시인만의 고향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도 그러한 모습이었다. 여름이 되면 온 들판이나 숲이며 무리를 지어 놀러 다녔고 먹을 것도 지천이었다. 계집아이가 사내아이보다 더 극성이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나는 마냥 좋았었다.

그런데 서울로 유학을 오면서 머리 속에 수학공식, 영어단어를 채우는 대신 그 고향의 모습을 하나 둘씩 비워 내야 했다. 아니 내가 일부러 비워 낸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나는 고향을 가끔은 찾았다. 아이들에게 시골을 보여주고도 싶었을 것이고 아직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시골집이며 땅이 있었으니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재작년에 나는 그 시골집과 땅을 모두 처분하기로 하였다. 그 땅이 꼭 필요한 사람이 좋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하였고 나 역시도 관리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매수인이 무슨 이유인지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을 계약서에 기재하기를 원하였고 나는 그로 인하여 내가 부담할 양도소득세만 매수인이 부담해준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승낙하였다. 다만 만일 매수인이 세금부담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로 하기로 특약(해제조건)을 하였다. 또한 매수인의 편의를 위하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중도금을 받자마자 바로 이전하여 주기로 하였다.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자마자 바로 그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제3자)에게 매도하였다. 그런데 매수인은 자금부족을 이유로 잔금도 주지 않았고 세금부담도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과 해제조건성취로 매매계약은 해제된 것이라는 취지로 매수인을 상대로 매매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하여야 했다(당연히 내가 승소하였다). 그러나 이미 내 부동산은 매수인을 거쳐 다른 사람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였고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것 만으로는 이 소유권을 찾아올 길이 없었다 .


결국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잃고 말았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는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받은 얼마간의 돈이 전부였다. 법적으로야 매수인을 상대로 잔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있겠지만 매수인은 무일푼이니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후회스럽고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 세무서에서 갑자기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라고 연락이 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매매계약이 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해제조건 성취로 매매계약은 효력을 잃었지만 제3자가 이미 매수인으로부터 다시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원 매도인에게로 원상회복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여 매도인이 양도차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어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잔금도 받지 못하였는데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까지 납부하라는 국세청이 야속하여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광화문에 있는 박변호사님을 찾아가 소송사건을 부탁하였고 몇 달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양도소득세는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 과세되는 것이므로, 외관상 자산이 매매계약에 의하여 양도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매매계약이 처음부터 무효이거나 나중에 취소되는 등으로 효력이 없는 때에는, 양도인이 받은 매매대금은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원상회복으로 반환되어야 할 것이어서 이를 양도인의 소득으로 보아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없음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0두23644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하여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양수인 앞으로 미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양수인이 잔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양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제조건이 성취되었다면, 위 매매계약은 그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어 양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되므로 양도소득세의 과세요건인 자산의 양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위 부동산에 대한 제3취득자가 있어 양도인 앞으로의 원상회복이 이행불능이 됨으로써 양도인이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더라도 이를 위 부동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누8609 판결, 대법원 1985. 3. 12. 선고 83누243 판결 등 참조)”


판결문을 받고도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박변호사님은 한마디로 정리하여 주셨다.


해제조건 성취로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어버렸으니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이유도 없다(대법원2012.11.29. 선고 2011두31802)는 의미라고…

법무법인 대종(02 733 6977) 박흥수 변호사(gmdt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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