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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변호사의 조세이야기]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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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도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나?

[아시아경제 ]나는 내 남편을 재테크 동아리에서 만났다. 한창 부동산투자의 붐이 일던 때였고 서점마다 돈을 모으는 방법에 관한 책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둘 다 경영학과 출신인지라 우리는 쉽게 서로 통하였고 여기저기 아파트를 보러 다니며 데이트를 하다보니 결국 결혼도 하게 되었다. 만날 때마다 도곡동이나 반포동에 있는 고가의 아파트를 구경하러 다녔지만 막상 신혼집은 변두리에 있는 빌라에서 시작했었다. 그러나 워낙 집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거의 2년마다 동네를 바꾸어 이사를 다녔고 그러면서 서울에서는 안 살아본 동네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우리 아들은 매번 전학을 가야 했으니 불평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지만 극성스러운 부모를 둔 덕에 서울 구석구석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손해만은 아니었으리라 변명해본다.


그렇게 아파트를 좋아해서인지 우리 부부는 여기저기 기회 있을 때마다 아파트를 사두기도 하였고 그 아파트 가격은 우리 아들이 커갈수록 함께 올라갔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만큼이나 항상 행복만 가득할 줄 알았던 우리 가정에도 알게 모르게 말 못할 오해와 불신이 어느 순간부터 싹트기 시작하였고 나는 내 남편과 최종적으로 이혼을 하기로 결심하였다.(이 지면에서 이혼하게 된 사유나 가정사를 구구절절이 이야기할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되므로 이는 생략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들처럼 부부가 원수가 되어 이혼소송까지 가지 않고 잔잔하고 평온하게 협의이혼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내 남편은 재산 형성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하였고 공을 들였는지 잊지 않았고 최대한 나의 입장에서 나에게 보상을 해주려 하였다. 일단 가진 아파트를 몇 채 팔고 그 대가로 받은 대금을 재산분할 명목으로 먼저 주어 나로 하여금 그 돈으로 이혼 후 생활을 미리 준비하도록 배려해주었던 것이다. 협의이혼 숙려기간이 지나고 법원에서 이혼의사확인을 받고 법원을 나왔을 때 나와 그는 잠깐 눈물을 글썽였던 것 같다. 아니 나는 눈물을 글썽였는데 그는 모르겠다. 아마 그도 눈물을 글썽였을 것 같다.

남편과의 이혼 후 몇 개월이 흐른 어느 날 나는 법원에서 소장부본을 송달받았다. 남편이 아파트들을 팔고 나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 세금을 납부할 여력조차 되지 않았었나 보다. 그러다 보니 국세청은 남편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하여 이혼을 가장하여 재산을 재산분할 명목으로 부인에게 빼돌렸다고 생각하고 나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사해행위취소소송은 피고가 채무자가 아니라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이전받은 자나 그 이후의 자가 된다). 이혼 후에도 나도 모르게 통신요금, 신문대금 등이 내 명의 은행계좌에서 이체되고 있었는데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이런 점이 의심스러웠던 것 같다.


어찌되었건 소장을 받아 들고 나니 세금체납 상태인 전남편이 불쌍하기도 하고 내 유일한 생활기반인 내 재산들이 다 날라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날이 새자마자 나는 예전에 나의 사건을 맡아 나를 도와준 적 있는 광화문의 박변호사님을 찾아갔다. 사람은 힘든 때가 되면 과거에 나를 도와준 사람을 자연스럽게 다시 떠올리게 되나 보다.

박변호사님 말에 의하면, 이혼시의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재산분할을 구실로 이루어진 재산처분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지 않고, 설령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취소되는 범위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정되는 것(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14101 판결,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다58963 판결)이라고 한다. 즉 남편이 나에게 재산분할로 준 돈이 여러 정황상 지나치게 과대하다는 점, 가장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구실로 재산을 빼돌린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국세청이 입증하지 않는 한 내가 재판에 져서 남편으로부터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을 빼앗길 가능성은 적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재판에서 국세청은 이혼 후에도 통신요금, 신문대금 등이 내 명의 은행계좌에서 이체되고 있었다는 점, 재산분할이 이혼신고 전에 미리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장하였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내가 받은 재산이 이혼을 위장하여 남편이 허위로 빼돌린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다82084)을 받았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박변호사님으로부터 나의 소송사건의 승소판결문을 건네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광화문 사무실을 나서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아침을 못 먹어서인지, 여름햇살이 내 눈을 순간적으로 찔러서인지 아니면 내 전남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올라서인지 모르겠다.


박흥수 변호사(gmdt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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