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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변호사의 조세이야기]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5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6초

-댄스학원과 댄스스포츠학원의 세법상 차이


나의 꿈은 자그마한 라틴바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음악이 흐르면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그 음악을 듣다가 하나 둘 일어나 테이블 사이의 공간에서 음악에 서로의 몸을 맡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바를 운영하고 싶었다. 십여 년 전 우연히 탱고를 배운 적이 있다.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춤사위의 탱고는 아니었고 ‘아르헨티나 탱고’라고 하여 아르헨티나까지 팔려 온 아프리카 노예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향수를 달래려 추던 춤이라 했던 것 같다(솔직히 탱고에 대하여 잘 모르고 내 기억도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나는 타고난 몸치이기에 그 배움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나 탱고는 상대방의 심장 고동소리에 내 심장 고동소리를 일치시키고 그 일치된 심장 고동소리를 다시 음악 박자에 일치시켜야 하는 춤이라는 강사님의 말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노을 지는 한강변에서 카 오디오로 나오는 탱고음악에 맞추어 상대방과 탱고를 몇 곡 추다 보니 밤이 되어 버렸고, 연인도 되어버렸더라는 경험담도 들은 기억이 난다.

어찌되었건 남이 하는 것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서툴더라도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도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었고 그 기억으로 인하여 직접 라틴바를 운영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결국 몇 달 전 내 꿈을 이루었다. 다음달부터는 내가 운영하는 바에서 정기적으로 탱고 강습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만든 바에 자주 놀러 오던 광화문 박변호사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탱고를 정기적으로 교습하다 보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상 ‘무도학원’으로 인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도학원'이란 수강료 등을 받고 국제표준무도라고 불리는 '볼룸댄스'(Ballroom dance)를 가르쳐주는 학원이고 볼룸댄스란 왈츠, 탱고, 차차차, 블루스, 트위스트 등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탱고를 가르치다보면 볼륨댄스를 가르치는 무도학원으로 인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박변호사의 말이었다.

그런데 더욱 더 나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방송용 댄스를 가르쳐주는 댄스학원들은 무도학원들과 달리 주무관청에 학원으로 등록 또는 신고하는 경우에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교육용역'으로 인정받아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댄스학원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댄스스포츠학원(무도학원)은 세금을 낸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가르치고자 하였던 탱고는 순위경쟁을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상대방 심장 고동소리를 느끼며 귀로 들리는 음악을 내 마음 속에 오롯이 새기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모르겠다. 날씨가 덥다며 칵테일 모히토(Mojito)를 몇 잔씩이나 거푸 마시다 취한 박변호사가 나를 겁주려고 장난 삼아 한 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박변호사가 돌아간 뒤 혼자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대전 등에서 댄스스포츠학원을 운영하는 A씨 등이 교육지원청에 학원설립법에 따른 학원등록을 신청했다가 체육시설법에 따른 무도학원에 해당한다며 등록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하여, 국제표준무도를 교습, 학습할 장소로 이용할 댄스스포츠학원은 체육시설법이 아닌 학원설립법이 적용되므로 학원등록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대전지방법원에서 선고된 바 있었다. 그렇다면 탱고를 교습하는 경우에도 교육용역으로 인정받아 부가가치세가 면제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어찌되었건 당분간 탱고 교습은 미루려 한다.


박흥수 변호사(gmdt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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