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 금융시장이 다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를 앞두고 잔뜩 숨죽이고 관망하는 모습이다.
29일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매매지수가 4개월만에 0.4% 하락한 110.9로 조사됐다는 발표도 나왔지만 그보다는 FOMC를 앞둔 관망세와 신중한 투자 기조가 시장을 내내 억눌렀다.
결국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36.83포인트( 0.24% )하락한 1만5521.97로 마감했고 S&P 500지수는 6.32포인트(0.37%) 하락한 1685.33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날 미국 국채가격도 거래 규모가 줄어들어 한산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소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낮아졌고, 수익률은 다소 오른 2.590%를 기록했다.
현물 거래시장도 잠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오후에 마감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마저 15센트 하락한 배럴당 104.55달러에 마감했다. 원유 애널리스트들은 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거래 자체에 매우 신중했다고 전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하루 앞으로 다가온 FOMC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통화정책을 점검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FOMC는 이틀간 회의를 마친 뒤 벤 버냉키 FRB의장이 정례 언론 브리핑을 갖는다. 일단 이번회의에서 FRB가 매달 850억 달러씩 채권을 매입,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온 양적 완화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8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섣부른 양적 완화 축소를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로 최근 실업률이나 주택 경기도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마켓 워치는 31일에 나올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FRB가 채권 매입 규모 축소에 나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FRB가 결국 9월부터는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서며 출구전략을 선보일 것이란 것이 대체적인 월 스트리트의 시각이다.
더구나 크레디트스위스의 할리 바스만 애널리스트 등은 버냉키 의장이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9월에는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임기 만료가 되는 내년 1월 이전 퇴임이 확실시 되는 버냉키 의장이 자신의 양적 완화 정책에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자산 거품을 서서히 제거하며 연착륙에 나서는 책임을 후임자에게 떠넘기지 않으려면 9월 FOMC 회의가 적기라는 의미다. 1994년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기습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전례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비록 7월 회의에선 현행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9월 양적 완화 축소에 대비한 언급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웨드부시에쿼티의 스티븐 매소카 이사는 “(버냉키 의장이) 어떤 내용을 발표하든지 시장은 지난 6월 (FOMC 직후) 처럼 크게 움직일 수 있다 ”고 전망했다.
김근철 기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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