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짧은 기간 대회를 준비했다. 잘 마무리해 앞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할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에 임하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목표는 확고하다. 월드컵 본선을 겨냥한 옥석 가리기다. 한국 축구의 새 출발을 바라보는 관심 어린 시선에도 조바심 없이 실험을 강행하는 배경이다.
한국은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대회 남자부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우세한 점유율과 10개의 슈팅으로 경기를 지배했으나 골 결정력 부재란 해묵은 과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앞선 호주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첫 승 사냥에도 실패했다.
중국전은 3년 5개월여 만의 리턴매치이자 설욕이란 의미를 보태 승리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한국은 2010년 2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에 0-3으로 완패했다. 그 사이 역대 전적 16승11무의 압도적 우위에 기반을 둔 '공한증(恐韓症)'은 무너져버렸다.
모처럼 성사된 재대결을 앞두고 홍 감독은 다소 의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호주전 선발 라인업 가운데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미드필더 윤일록(서울)을 제외한 9명의 베스트 멤버를 교체했다. 훈련 과정을 통해 드러난 예상 명단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선수단 실험에 초점을 맞추겠단 의도였다. 대회의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국가 대항전에서 선택하기 힘든 일종의 모험이다. 특히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드러난 잡음으로 대표팀의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그간 대표팀을 거쳐 간 태극전사 가운데는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자원들이 상당수 있었다. 선수단의 컨디션과 감독의 전술 운용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홍명보 호(號) 1기 명단에선 이 같은 불문율이 보란 듯 깨졌다. 두 경기를 통해 23명 가운데 골키퍼 이범영(부산)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저마다 경기를 소화한 시간차는 있었으나 한 차례씩 코칭스태프의 시험대를 거친 셈이다.
데뷔 첫 승과 골 가뭄 해소란 명분을 미루게 된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좋은 선수들을 구성하는데 이번 대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드러난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면 첫 승과 골은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단계지만 많은 걸 더하기보단 빼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원하는 밑그림에 필요한 자원만을 추려내겠단 복안이다.
홍 감독은 호주전과 중국전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얻고자 하는 노림수가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냈다. 결국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최종전은 향후 대표팀 내 생존 경쟁의 판세를 점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 홍 감독은 "두 경기를 통해 선수단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모두 마쳤다"며 "일본전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만큼 승리를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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