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식욕억제 호르몬 '렙틴'이 췌장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렙틴과 인슐린의 상호 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밝힘으로써 향후 비만과 당뇨의 관계를 설명하는 관련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의 호원경, 전주홍 교수 연구팀은 렙틴이 세포 대사조절의 핵심효소인 AMPK를 자극하면 췌장 내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KATP 채널이 세포막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KATP 채널은 세포막에서 세포의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며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통제해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을 떨어뜨리거나 지방세포를 축적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복상태가 되면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서 인슐린의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는 식후에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세포 안에 머물러 있던 KATP 채널이 공복상태에서는 세포막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과의 관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런 생리반응을 조절하는데 렙틴이 중요하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실제로 렙틴을 분비하게 하는 유전자가 고장난 비만쥐에서는 공복상태에서도 KATP 채널이 세포 안에서 발견됐으며, 이런 비만쥐의 췌장 세포에 렙틴을 처리하면 5분 내에 AMPK 활성이 증가하면서 KATP 채널이 세포막으로 이동함을 알아냈다.
결국 렙틴이 있어야만 공복상태에서 KATP 채널의 세포막 이동을 통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연구진은 렙틴 → AMPK → KATP 채널로 이어지는 세포내 단백질들의 연쇄반응을 밝혀 향후 세포 대사에서 렙틴과 인슐린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호원경 교수는 "렙틴-인슐린 관계를 모두 밝힌 것은 아니지만 연구결과가 다른 연구들에 활용돼 비만과 당뇨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초의과학연구가 비만과 당뇨 등 성인질환 정복에 필수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부(장관 최문기)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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