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자동차 메이커들의 잦은 모델 변경과 가격 인하 경쟁이 중고차 가격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 셀링 모델에 오르며 승승장구 했던 일부 신차의 3년 후 중고차 매매 가격이 신차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구입 후 3년이 지난 중고차 매도 평균가격이 신차가격의 60~65% 수준임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베스트 셀링 모델일수록 감가율이 낮다는 통념에서 크게 벗어난 셈이다.
23일 SK엔카에 따르면 2010년형 수입차와 국산차 베스트 셀링 10개 모델을 기준으로 중고차 가격을 조사한 결과 감가율이 23.64~46.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중고차 가격이 86~53%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조사 대상 차량(2010년식)은 베스트셀링카로, 기아차 뉴모닝 LX 고급형 블랙프리미엄, 현대차 그랜저 Q270 럭셔리 기본형, 현대차 YF쏘나타 Y20 프리미어 최고급형, 아반떼 MD M16 GDI 럭셔리, 싼타페 CM 2WD(2.0VGT) MLX고급형 등 국산차 5개 모델과 BMW 520d, 메르세데스 벤츠 E300 엘레강스, 폭스바겐 티구안 2.0TDI, 도요타 캠리 XLE, 메르세데스 벤츠 E220 CDI 등 수입차 5개 모델이다.
이들 10개 모델 중 가장 감가율이 높은 모델은 각각 현대차 Q270 럭셔리 기본형과 도요타 캠리 XLE였다. 현대차 Q270 럭셔리 기본형의 신차 가격은 3182만원, 2013년 현재 중고차 시세는 17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도요타 캠리 XLE 신차 가격은 3490만원, 2013년 현재 중고차 가격은 1880만원이었다.
이어 Y20 프리미어 최고급형의 중고차 가격은 1670만원(감가율 35.27%), 벤츠 E220 CDI 4010만원(39.70%), 메르세데스 벤츠 E300 엘레강스 3910만원(43.90%)에 달했다. 신차 대비 가격이 75% 이상인 모델은 싼타페 CM과 아반떼 MD 두 모델이었다.
소비자들의 실제 매도가격은 중개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해당 모델 오너들의 자산가치가 3년 만에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 것이다. 감가율이 46% 이상에 달했던 그랜저와 캠리는 잦은 모델 변경과 브랜드간 가격 인하경쟁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는 지난 2010년 이후 풀체인지 모델 출시에 이어 두 차례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겪었다. 도요타 캠리는 지난 2012년부터 파격적인 가격인하 전략으로 위기극복에 나섰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 출시 이후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기까지 간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잦은 모델 변경은 곧 중고차 가격하락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쟁적인 가격인하 경쟁에 대해서도 "자동차 메이커간 가격인하 경쟁은 중고차의 감가율을 높여 자산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랜저는 중고차 시장을 대표하는 인기 모델이지만 최근 경제 불황으로 실속 있고 합리적인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대형차 인기가 주춤해 감가율이 다른 차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SK엔카 종합기획본부 정인국 본부장은 "올 상반기 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끈 모델 중 국산 SUV의 감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나 최근 급증한 SUV의 인기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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