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상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이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비이성적인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주식 투자자들은 부정적 경제소식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반면 희소식에는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달 19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와 같은 추세가 확고해지면 궁극적으로 자산 매입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신중한 발언을 하자마자 세계 증시는 급락했다. 하지만 며칠 후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이 1분기 예상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하향조정하자 증시는 다시 반등했다. 그리고 버냉키 의장이 며칠 전 전미경제조사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서 미 통화정책은 당분간 경기에 우호적으로 유지할 것이라 언급하자 주식과 금, 채권이 강세를 보인 반면 미 달러는 폭락했다.
이렇듯 미 자산과 글로벌 주식, 채권 자산 간의 재동조화를 불러일으키는 투자자들의 갈팡질팡하는 행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대답은 분명히 '아니다'이다. 물론 양적완화(QE) 축소와 연계된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다. 하지만 '뉴 노멀(new normal)'에서 '올드 노멀(old normal)'로의 회귀는 덜 우호적인 통화정책이 수반될지라도 위험자산(특히 주식)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위한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올드 노멀로, 아니 정상(normal)으로의 회귀는 미국에서 시작할 것이 분명하나 충분히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운전에 비유하며 "앞으로 발표되는 지표가 경제의 적정한 순항 속도 유지를 뒷받침해 준다면 점진적으로 자산매입 속도를 늦춰 가속 페달에서 발을 서서히 떼겠다. 하지만 단기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되는 미 경기지표는 분명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고용지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상승하고 있으며 주택 매매, 물가, 수주 및 생산 또한 반등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 신뢰 및 기업신뢰 지수가 강화됐고 이는 최악의 재정 상황을 통과한 재정 정책의 힘으로 더욱 지지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틀림없이 중국의 통제된 경기 둔화보다는 더욱 견실한 미국 경제를 중요시하고 있다. 물론 리코노믹스(Likonomics)는 중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면서 글로벌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또 버냉키 의장이 회복 초기에 있는 경제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가장 진보적인 총리로 알려진 리커창은 경제 성장률을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에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경제 성장 궤도는 아직 흐릿하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의 지표를 보면 유럽은 올가을 정도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물가지표의 상승 및 경제성장률의 재개 등으로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 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실적 상향 가능성이 하향 가능성보다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증시의 급락은 좋은 매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금과 같은 안전자산 혹은 방어자산이 반등할 경우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증시에 대한 논리의 전개는 다를 수 있으나 확실한 점은 경제성장률과 통화 정책의 정상화는 채권금리의 상승을 뜻한다. 이는 이머징국가, 특히 자금유출입이 크거나 경상수지 적자인 곳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기지표의 개선은 궁극적으로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며 분산투자를 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에 기여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리스크 및 국가 간 포트폴리오 재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패트릭 망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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