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18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이통 3사의 과다 보조금 조사결과 발표 및 처벌 수위 결정에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각 사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의에 참석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임원들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곤욕을 치렀다. 일부 위원은 이번 제재 조치에 자신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SK텔레콤 "조사기간, 사전 예고해야"..방통위 "순찰 시간 알려달라?"
SK텔레콤은 보조금 조사 대상기간을 사전에 설정해달라고 건의해 상임위원들의 원성을 샀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시장과열 재발되는 현상은 조사 기간의 불확실성과 관계있다"면서 "사전 예고가 된다면 사업자들이 상당히 주의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충식 부위원장은 "법에 365일 주의하게 돼 있는데. 기간을 설정해서 행정하라는거냐"고 따져 물었다. 김대희 상임위원도 "경찰관이 순찰 어떻게 도는지 알려달란 얘기 아닌가. 그런 자세를 가지고 하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기간을 정해 달라는거는 피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달라는 조사할 때 미리 알려주면 준비해서 피하겠다는 것 같아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사전에 피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말씀을 잘못 올린 것 같다"며 꼬리를 내렸다.
◆과다 보조금으로 이득 못 봤다는 KT에 "퍽치기도 용서?"
시장과열 주도 사업자로 결정된 KT는 과다 보조금으로 인한 실질적 이득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다 되레 뭇매를 맞았다.
이석수 KT 상무보는 "올 초 영업정지 기간부터 과열기간까지 총 가입자수가 30만명 순감했다. 과열기간엔 3사 중 최대 번호이동 가입자수(MNP)가 순감했고 3사간 시장점유율 1~5월까지 KT만 유일하게 감소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읍소는 통하지 않았다. 양 위원은 "퍽치기를 했는데 돈이 든 지갑이 없었다고 해서 죄를 봐줘야 됩니까?"며 "내 돈 주고 90만원 주고 산 사람이 있고, 18만원 주고 산 사람 있다. 18만원은 90만원에서 보조한 거다. 이건 퍽치기다. 국민 개개인의 이익에 엄청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은 이어 "조사기간 때 방통위 시장조사과 담당관이 몇 차례 전화해서 경고했다"며 "내가 SK텔레콤 부사장, 서유열 KT사장,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에게 전화해서 유일하게 KT만 안받았다. 리콜도, 문자 답장도 없더라"며 "방통위의 경고 무시하는 게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건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보조금 상한선 30만원으로" 방통위 "본말전도"
강학주 LG유플러스 전무는 "현실성을 고려해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에서 30만원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건의해 상임위원들의 화를 돋웠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현행 27만원에서 더 내려야 통신비 거품이 줄어들지 않겠나"라며 "휴대폰 출고가의 거품이 조금씩 내려가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올려 또 거품을 키우고, 같은 폰을 90만원에 사는 사람과 18만원에 사는 사람을 또다시 양산하라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충식 부위원장 역시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보조금 상한선을 올려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주도 사업자는 아니지만 LG유플러스 역시 위법 투성이로 잘 한 것 없다. 그런데 제도가 나쁘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양문석 상임위원 "영업정지 10일 주장했는데..야당추천이라고 차별?"
처벌 수위가 당초 논의됐던 방침에 비해 낮다는 주장도 있었다. 양문석 위원은 "주도적 사업자에 대한 일벌백계 얘기를 수없이 했다"며 "이미 3번에 걸쳐 회의에서 얘기했다. 주도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 10일, 다음엔 20일, 30일 이상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다들 동의한다고 표현했다. 근데 왜 7일인가"라고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KT 사장이 상임위원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무시하는데, 지금 사무국도 무시하는 건지. 왜 7일인가! 야당추천 위원이라고 무시하는 건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홍 위원은 "주도 사업자 강력 처벌 정신은 동의한다. 다만 너무 강하게 갔을 때 부작용도 생각해야한다. 주도 사업자 가중처벌은 처음이니까 7일 정도로 한 것"이라며 "무시하는 게 아니다. 좀 살살하자. 덥다"고 양 위원을 진정시켰다.
김대희 위원은 "처벌의 실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은 해야 한다고 봤다. 시작은 일주일로 미흡하더라도 향후에는 20일 이상 나갈 수 있다는 여지를 주고가자"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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