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취지는 좋은데, 참…."
16일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열린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간담회에 참석한 스무명 남짓한 기자들 입에서는 연신 한숨이 새어나왔다. 몇몇 기자는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소시모와 중진공이 이날 발표한 '2013 스마트프로젝트 관련 물티슈 제품별 비교평가'는 발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물티슈에 포함된 보존제와 화학제품의 유해성이 여러 차례 지적돼온 만큼 소시모가 새삼스레 기자회견을 연 것은 깜짝 놀랄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간담회 시간인 오전 10시까지 자료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소시모가 조사한 14개 제품 모두 자율 안전확인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속, 포름알데히드, 형광증백제, 세균과 진균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유기화합물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 모든 제품이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는 얘기다. 유기화학물의 경우 기준치 대비 검출량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수오미 물티슈 '순둥이 베이직'이었지만 이도 킬로그램 당 61mg 검출돼 기준치(100mg)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런데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기자들이 혼란해하는 가운데 소시모는 14개 중 6개 제품이 유기화합물 함량 테스트 전 항목에서 '불검출' 판정을 받았으며 이중 5개 제품은 중소기업 제품이라고 발표했다. 유기화합물이 덜 검출된 중소기업 제품이 대기업과 수입제품에 비해 안전하다는 게 요지였다. 중기 제품의 우수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기업과 수입 제품을 희생양 삼은 것이다.
소시모는 '기준치에 적합'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기업과 수입 제품 일부에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밝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낳고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파장이 크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일수록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자의적인 해석은 의도의 순수성을 퇴색시킨다. 중소기업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방법은 떳떳하지 못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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