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도청은 매년 여름철이면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통유리로 된 제3별관과 앞뒤로 꽉막힌 제2별관은 더 그렇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온 햇빛은 고스란히 사무실을 데피고, 직원들은 그 열기로 '얼'이 빠진다. 이러다보니 경기도청 노조 게시판에는 연일 "찜통더위 해결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다. 특히 올해는 안전행정부가 전력난을 이유로 사무실 온도를 28도로 '세팅'하면서 더욱 상황이 심각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박수영 도 행정1부지사가 칼을 빼들었다. 박 부지사는 도 총무과장과 회계과장에게 찜통더위를 퇴치할 '특단의'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간 특별한 대책없이 지내온 터라 별반 무대책이 대책이었다. 그러나 박 부지사는 달랐다. 그는 총무과장과 회계과장을 불러 제2별관과 제3별관에서 하룻동안 근무하도록 했다. 또 근무하면서 직원들의 고충과 함께 찜통을 피할 묘안도 마련해 오라고 지시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총무과장과 회계과장은 빼곡히 적힌 찜통더위를 피할 '묘책'을 박 부지사에게 제출했다.
박 부지사는 곧바로 실행이 가능한 아이템부터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먼저 도청내 20여 명에 달하는 임산부에 주목했다. 일반 직원들도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데, 임산부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 부지사는 언제나민원실 2층에 마련된 스마트워크센터를 임산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곳은 민원인이나 출장온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냉방이 잘되는 곳이다.
박 부지사는 보고서의 '에어캡'(Air Cap)을 유리창에 붙이는 방안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에어캡을 유리창 안쪽에 붙이면 공기층으로 인해 외부 태양열이 차단돼 3도 가량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1㎡당 400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다. 도는 제2별관 7층에 에어캡을 시범적으로 설치해 효과를 체크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선풍기보다 시간당 전력소모가 최대 40w 정도 적으면서 실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뛰어난 '에어 서큘레이터'도 시범 도입키로 했다. 에어 서큘레이터는 공기의 직진성을 높여 실내 공기를 순환하도록 하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최근 사용자가 많아지고 있다.
냉방기를 같은 시간 가동했을 때 이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 실내 공기가 순환돼 더 빨리 실내 온도가 낮아진다. 이 제품도 1개 부서에서 시범 사용 후 효과에 따라 보급을 확대키로 했다. 이밖에도 냉각 소재 젤을 사용해 시원함을 유지하는 '쿨 매트'와 '쿨 목도리' 등도 부서별로 도입을 권장하기로 했다.
박 부지사는 '찜통청사' 오명을 벗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다. 제3별관 앞쪽과 뒤쪽에 바람통로를 내는 것이다. 공사비는 한 개 바람 통로를 만드는데 20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비용 대비 직원들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박 부지사는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통유리로 된 제3별관의 앞쪽을 차광막을 둘러 햇빛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관상 문제가 있어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
박 부지사가 이처럼 제2, 3별관의 '찜통청사'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건 오롯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박 지사는 과거 제3별관에서 경제투자실장을 지냈다. 당시를 회상하면 지금 그나마 본관에 있는 게 미안하다는 게 박 부지사의 생각이다.
"제3별관에서 경제투자실장을 할 때 찜통더위 고충을 잘 압니다. 통유리다보니 햇빛이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매일 땀으로 목욕을 했습니다."
박 부지사는 이러다보니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공공청사를 지을 때 효용성을 무시한 채 미관만 생각하는 건립은 결사 반대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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