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지지구 계획 변경 제한기간 절반으로 단축
5대 신도시·72개 일반택지지구 623만㎡ 규모…난개발 우려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대표적 1기 신도시인 경기도 분당. 1996년 택지조성 준공이 끝났지만 정자동 한쪽 귀퉁이에는 2667㎡ 규모의 땅이 작년까지 공터로 방치돼 있었다. 택지 조성 당시 오피스텔 용지로 지정됐지만 개발하려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간 다른 용도로는 전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다른 용도의 건축물을 건립할 수도 없었다. 20년 넘은 신도시라지만 이렇게 건축물 없이 놀고있는 땅은 분당은 물론 일산 등 다른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택지조성 이후 용도제한에 걸려 개발되지 않는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택지개발규제를 개선한다. 지자체는 물론 사업시행자도 신도시 요지에 있는 땅을 개발하지 못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으나 제도가 바뀌면 택지조성 이후 용도 제한에 걸려 팔리지 않는 땅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는 준공된 택지지구에서는 토지의 이용계획을 20년 동안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이 기간을 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택지지구는 10년으로, 일반택지지구에서는 10년에서 5년으로 줄일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대통령 주재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입지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오는 10월까지 택지개발업무지침을 개정해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침이 개정되면 1기 신도시 5곳(분당, 일산, 평촌, 산본, 부천 중동)과 전국 곳곳에 있는 72개 일반택지지구가 바로 혜택을 보게 된다. 전국에서 총 623만㎡에 달하는 규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획 변경 제한기간을 두는 것은 신도시 계획단계의 밑그림을 기반으로 쾌적함을 유지하면서 기반시설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20년이라는 기간이 과도한 측면이 있어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간이 너무 길어 해당 용도로만 땅을 판매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면서 "기간일 줄어들어 LH 등이 소유한 택지지구의 판매가 활발해지면 공기업의 부채 감축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난개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필요한 시설들이 고루 들어서 쾌적한 정주여건을 만들기 위해 택지지구를 조성할 때 용도를 정하고 장기간 계획변경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미매각 용지들의 매각을 촉진하는 등 여러가지 고민 끝에 나온 대책인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하지만 용도계획 변경 기간이 빨라지면 도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 빠지는 측면이 있고 난개발을 부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부의 또 다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지구의 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선 도시관리계획위원회를 거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지자체에서 엉뚱하게 용도를 변경해 난개발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 등 부족한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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