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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은행 아닌 장롱에 돈 쌓여… 신용경색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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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요사이 돈 도는 속도가 느려지는 건 신용경색 탓이 아니라 돈이 숨어들기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다시 말해 은행이 아닌 장롱과 개인금고에 돈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금융시장팀 김철 과장과 표상원 조사역은 14일 '주요 통화관련 지표 동향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의 하락은 금융·경제구조 변화와 제도·정책 변경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통화승수란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고,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2로 나눈 몫이다. 양쪽 모두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통화승수는 2000년대들어 줄곧 하락하는 추세다. 2000년 초반 25배 수준이던 수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분기를 지나면서 급락했다. 올해 5월 현재 통화승수는 20.9배로 내려 앉았다. 역시 2000년 1분기 0.87이었던 통화유통속도는 2011년 4분기 0.72에서 올해 1분기 0.70까지 하락했다.

한은은 하지만 이런 현상이 신용경색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5만원권의 등장과 저금리 기조가 현금 보유 성향을 높인 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5만원권이 자기앞수표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현금을 은행에 맡길 유인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한은 측은 "5만원권 발행 효과 등을 제외하고 통화승수를 구할 경우 2009년 이후에도 종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아울러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지는 것도 새로운 금융상품이 등장하고. 금융산업이 성장하는 '금융심화'에 따라 실물경제보다 통화수요가 더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돈 자체를 거래수단이 아닌 투자대상이나 자산으로 삼는 분위기도 돈이 도는 속도를 줄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 시기에 여신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점도 신용경색과 현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김철 한은 과장은 "일부에선 통화유통속도나 통화승수 하락을 신용경색이나 금융기관의 신용창출기능 약화 현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지만, 이건 정확하지 않은 분석"이라면서 "신용경색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연체율이나 가계·기업의 자금조달 사정 등 미시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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