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염소성여드름' 39명 손배청구 받아들여... 세계 첫 사례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원고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염소성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는 원심의 승소판결을 유지해 미국 제조사들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세계적으로 첫 사례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파월군인 김모씨(70) 등 1만6579명이 이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시효가 다하지 않은 염소성여드름 피해자 39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받은 피해자는 총 5188명이다.
재판부는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될 경우 발병되는 특이성 질환”이라며 고엽제가 질환의 원인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외의 당뇨병,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비호지킨임파선암, 연조직육종암, 만발성피부포르피린증, 호지킨병, 다발성골수종 등 각종 질병들은 고엽제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전군인들의 자녀들이 말초신경병에 걸린 것 또한 고엽제때문이라는 청구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엽제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총 3건이 진행돼왔다. 지난 2006년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최병덕)는 이중 2건에 대해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엽제 후유증 중 비호지킨임파선암 등 11개 질병은 고엽제와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피해자의 장애 정도에 따라 1인당 600만~4600만원씩 총607억76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고엽제의 결함은 제조회사들의 설계상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베트남 정부와 미국의 전투병 요청에 따라 1965년 10월부터 1973년 3월까지 약 32만명의 장병을 베트남전에 파병했다. 이들 중 1만6579명은 베트남 전쟁 동안 살포된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당뇨병, 암, 염소성여드름 등 각종 질병에 걸렸다며 미국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고엽제에 기준치를 초과한 다이옥신(TCDD)이 포함돼 있어 발병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다이옥신은 독성이 청산가리의 최고 1만배에 달하는 독극물로 인체에 흡수되면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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