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감독님들한테 술을 한 잔 사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영화 '감시자들'의 흥행세가 무시무시하다. 개봉하자마자 하루에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야말로 '대박'.
이 영화로 돌아온 한효주를 보면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짧은 머리의 보이시한 매력은 물론 크고 또렷한 눈매로 주변 환경을 치밀하게 관찰하는 모습, 강하게 주장을 내세우고, 크게 소리 내 웃고, 가슴을 치며 우는 순간까지 모든 장면에서 그는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감시전문가 하윤주가 참 매력적이었다고 하니 그 역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준 덕분"이라며 공을 조의석, 김병서 감독에게 돌렸다. 주로 긴 생머리에 청순한 매력을 어필하던 한효주는 이번 작품을 위해 머리카락도 싹둑 잘랐다.
"어떤 모습이 하윤주에 맞게 매력적인 모습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테스트 촬영 때 긴 가발, 숏 가발 각도별로 다 촬영해보고 정했거든요. 감독님들의 철저한 계산 하에 지금의 비주얼이 나온 거죠. 여자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담으려고 했던 애정이 보여서 (감독들에게) 술을 한잔 사야 할 것 같아요.(웃음) 영화 보고 더 고맙더라고요."
영화가 베일을 벗은 후 언론은 물론 지인들에게서도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평이 좋으니 기분도 좋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진짜 다행이에요. 오픈이 됐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평이 좋아서 얼떨떨한 상태랄까. 작품을 하다보면 늘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당연히 안 그럴 때도 있으니까..지금은 기분 좋게 홍보하고 있어요."
'감시자들'은 원래 제목이 '감시'였다. 하지만 장혁과 수애 주연의 '감기' 역시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것. 비슷한 제목이 한 극장가에 걸려있으면 헷갈리니까 다 같이 상의하고 투표해 '감시자들'로 이름을 바꿨단다. 한효주는 "지금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두 감독을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했다. "그 날 비가 왔어요. 비 오는 날에는 소주가 마시고 싶잖아요. 왠지 (감독들이랑) 너무 어색한 거 같아서 '소주 냄새라도 맡고 갈까요?'라는 말을 꺼냈죠. 그렇게라도 자연스레 풀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한효주는 술을 많이는 못 마신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식이 돼 있는 이유는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있기 때문. 그는 "모두 조금씩 취해 있을 때 혼자 멀쩡히 앉아있으니 술을 잘 마신다는 인식이 박힌 것 같다"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서 그런 것일 뿐 술이 센 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가 '감시자들'의 하윤주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나리오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소재 자체가 지금껏 다루지 않은 소재라는 점도 끌렸다. 게다가 여자캐릭터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성장하는 과정이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한국영화에서는 여성캐릭터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이 없잖아요. 당연히 여배우로서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죠."
함께 촬영에 임한 설경구와 정우성, 2PM 준호와는 거의 '남매' 같은 관계다. 제작사가 '영화사 집'이라 농담처럼 '집에 있는 사남매'라고 얘기를 한단다. 끈끈한 동료애만큼 헤어짐도 아쉬움이 남는다.
"좀 아쉬워요. 홍보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앞으로 길어봐야 한 달일 텐데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하루하루가 좀 아쉽죠. 설경구 선배님은 무뚝뚝하지만 배려가 많은 분이에요. 정우성 선배님은 '둘째오빠'가 아니라 '큰언니'스러워요.(웃음) 악역으로 나오셨는데 실제론 캐릭터랑 전혀 다르니까 재밌었죠."
‘감시자들'에는 2PM 준호가 출연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을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흐트러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준호는 이 같은 우려를 뒤로 하고 호연을 펼쳤다. 한효주 역시 그를 칭찬하고 나섰다.
"준호가 엔지 낸 적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깜짝 놀랐어요. 사실 처음엔 어떨까 걱정을 했는데, 그 우려는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구나 생각했어요. 정말 잘하지 않았나요?"
한효주는 극중 감시 전문가의 역할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렌즈를 착용했다. 눈을 부각시킴으로써 본인 외모의 분위기도 완전히 바꾼 것.
"눈으로 강렬한 느낌이 있어야 할 거 같더라고요. 제 눈동자가 많이 갈색이에요. 그래서 부드러워보이니까 렌즈를 끼게 된 거죠.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덕분에 지금까지랑 눈에서 주는 느낌이 다르게 나온 것 같아요."
극중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하윤주의 모습과 실제 한효주의 성격은 얼마나 닮아있을까?
"원래 같아도 그렇게 울컥할 거 같긴 해요. 예의 없고 함부로 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티는 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아요. 문제 일으키기 싫어서..게다가 지금은 힘들고 화가 나도 참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제는 제 의견을 좀 더 강하게 피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할 말은 하고 살려고요. 하하."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시원스러운 매력이 느껴졌다.
유수경 기자 uu84@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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